8월 27일 상하이문학관이 열렸다. 지상 1.4만㎡에 입장료 0원, 예약도 받지 않는다. 지은 쪽은 시가 아니라 그 땅을 낙찰받은 부동산 개발사다.
1.상하이문학관(上海文学馆)이 8월 27일 문을 열었다. 자리는 훙커우구(虹口区) 장시베이로(江西北路)와 우진로(武进路)가 만나는 모퉁이. 지상 연면적 약 1.4만㎡에 우수역사보호건축 3동과 신축 1동. 상설전은 「시광·상하이」 「좌익·상하이」 「도시·상하이」 「광영·상하이」 「세계·상하이」 다섯이고, 전관이 무료에 예약도 받지 않는다.
2.신축 본관은 5층. 위쪽 매스를 짙은 붉은 금속판으로 감싸고 저층부는 유리로 텄다. 마당 한가운데엔 아치 회랑을 두 층으로 두른 이홍위안(扆虹园)이 서 있고, 그 옆으로 회색 벽돌에 붉은 벽돌 띠를 두른 옛집이 붙는다. 새 건물이 마당에 등을 대지 않고 마당 쪽으로 열린다.


3.이홍위안은 20세기 초에 지은 정원 저택이고 원래 이름은 자오자화원(赵家花园). 쑨원(孙中山)이 세 번 다녀갔고 상하이시 우수역사보호건축으로 지정돼 있다. 이 일대는 2014년에 철거 징수를 마쳤고, 주변 집이 다 헐린 뒤에도 이 건물은 남았다. 지금 그 안에 든 것이 바진도서관(巴金图书馆). 관 안의 관으로 2024년 11월에 먼저 열었다.

4.4층 전시장 벽에는 사람 키를 넘는 유리판이 서 있다. 루쉰(鲁迅)의 소설 「고향(故乡)」 마지막 문장이 붉은 글자로 박혀 있고, 그 글자 너머로 마당의 기와지붕과 길 건너 오피스 타워가 겹쳐 보인다. 유리 아래쪽엔 걸어가는 사람의 실루엣이 찍혀 있어, 관람객이 서면 그 실루엣과 창밖 행인이 한 화면에 든다. 이런 유리 설치가 관 전체에 17개.

5.전시장과 열람실을 가르지 않았다. 책과 책장, 탁자와 의자가 층마다 섞여 있고 나선계단 하나가 서가를 통째로 뚫는다. 검은 프레임 서가 사이에는 귀에 대면 소설을 읽어 주는 청진기 모양 장치가 붙었고, 창가에는 강연용 의자를 줄로 깔았다. 잠깐 보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하루를 보내게 만든 배치.


6.무료는 인심이 아니라 설계 조건이다. 표를 안 파니 매표 동선도 검표 인력도 필요 없고, 대신 볼일 없이 들어와 앉는 사람이 늘어난다. 문학관이 노린 쪽도 한 바퀴 돌고 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눌러앉는 손님. 지나가다 들어와 두 시간을 쓰는 사람이 이 시설의 성적표다.


7.소재도 유리했다. 훙커우는 1930년대 좌익 문인들이 모여 살던 동네고 루쉰이 마지막 9년을 보낸 자리. 도시가 이미 갖고 있는 이야기라 새로 지어낼 것이 없다. 「신청년(新青年)」 창간호 제호를 벽 크기로 확대해 붙이면 그게 그대로 이 동네의 내력이 된다.


8.이 땅은 2018년 7월에 팔렸다. 훙커우 18가구(18街坊) 4.61만㎡를 홍콩계 충방그룹(崇邦集团)이 경쟁 없이 시작가 그대로 71억 위안에 가져갔다. 원화로 1조 3,500억 원쯤 된다(1위안 190원 기준). 지구 전체 투자는 150억 위안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9.조건이 붙어 있었다. 지구 안에 남은 보호건축을 개발사가 수선하고, 그중 일부를 문화시설로 지어 넘긴다. 문학관은 상하이시가 세우고 훙커우구가 개발사에 건설을 맡긴 뒤 완공분을 상하이시작가협회(上海市作家协会)가 받아 전시와 운영을 맡았다. 상하이시는 이 방식을 시와 구가 함께 짓는 문화사업(市区共建)이라 부른다.
10.개발사가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수선한 옛집들은 진차오8룽(今潮8弄)이라는 이름으로 2021년 11월에 상업이 됐고, 문학관은 그 상업의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무료 시설이 데려온 사람은 표를 사지 않지만 밥은 먹는다. 이 배치의 전부는 같은 마당을 쓴다는 것.
11.보존구역은 용적을 못 쓴다. 스쿠먼 60동과 독립건축 8동이 앉은 1.53만㎡에서 나온 건축면적이 1.27만㎡, 용적률로는 0.83이다. 지구 전체에 허가된 4.23의 5분의 1. 남은 용적은 어디로 갔을까. 바로 옆에서 오피스 9만㎡와 쇼핑몰 10.9만㎡가 따로 올라간다.
12.진차오8룽은 8개 골목의 옛집을 고쳐 만들었다. 스쿠먼 60동과 독립건축 8동. 겉벽은 같은 시기 벽돌을 다시 구해 메웠고 대문 상부 장식은 원래 것과 같은 치수의 석재로 맞췄다. 다만 장사는 기대만큼 안 됐다. 2023년 현장 조사는 길에 면한 식당만 붐비고 안쪽 골목은 사람이 적다고 적었다.

13.주변 직장인과 주민은 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사고 문화상품 매대는 지나친다. 운영사가 꺼낸 대책이 둘이었다. 2개월에서 6개월마다 상품 구성을 바꿔 새것을 계속 들이는 것, 그리고 인구 자체를 늘리는 것. 옆에서 올라가는 오피스와 쇼핑몰이 뒤쪽 대책에 해당한다.
14.스쿠먼을 고쳐 상업으로 돌리는 방식의 원형은 2001년 신톈디(新天地)다. 껍데기를 남기고 안을 비워 임대료가 높은 업종을 넣는 셈. 여기선 그 셈이 절반만 통했다. 껍데기는 남았는데 그 임대료를 낼 업종이 안 붙었고, 5년이 지나 붙은 것이 표를 안 받는 1.4만㎡.

15.4.61만㎡ 땅을 산 개발사가 그 안의 옛집 68동을 고치고 신축 한 동을 문학관으로 지어 시에 넘겼다. 8월 27일부터 그 건물은 표를 받지 않는다. 땅값으로만 970억 원어치 자리. 국내에서 같은 걸 하면 준공 다음이 걸린다. 기부채납한 문화시설을 누가 얼마로 운영하는지가 협약서에 안 적히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건물은 서 있는데 문을 못 연다. 여는 데 드는 돈은 짓는 데 드는 돈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