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도쿄 지유가오카 역 앞에 지상 15층짜리 건물이 문을 연다. 연면적 4만 5,960㎡, 총사업비 약 344억 엔. 그런데 장사하는 자리는 1만 1,000㎡뿐이고, 나머지는 임대주택 170호와 오피스 한 층이 채운다.
1.2026년 9월 17일, 도쿄 메구로구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역 앞에 JIYUGAOKA MUSE SQUARE가 문을 연다. 지상 15층 지하 3층에 높이 약 60m. 2~3층짜리 건물이 이어지던 동네에 이만한 덩치는 처음.
2.연면적은 약 4만 5,960㎡, 총사업비는 약 344억 엔이다. 우리 돈 3,270억 원쯤. 이 가운데 상업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약 1만 1,000㎡에 점포 60개이고, 위로 임대주택 약 170호가 올라가며 오피스는 한 층뿐이다. 장사하는 자리가 넷 중 하나가 안 된다.
3.자리는 도큐 도요코선(東急東横線)과 오이마치선(大井町線)이 만나는 역의 북쪽, 스즈카케도리(すずかけ通り)와 메가미도리(女神通り) 사이 약 0.5ha다. 부지는 약 3,940㎡, 개찰구에서 걸어 1분. 지유가오카에서 가장 비싼 땅.

4.이 동네가 이름을 얻은 것은 저층 골목 덕이었다. 2~3층 건물에 과자점과 잡화점이 촘촘히 붙고, 길은 사람 어깨가 스칠 만큼 좁고, 전선은 머리 위에 그대로 걸려 있다. 40년 동안 「세련된 지유가오카」라 불린 것이 결국 무엇이었을까. 그 폭이다.

5.숙제도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버스가 들어오면 도로 폭 대부분이 막혀 보행자가 설 데가 없어지고, 일방통행이 많고, 건널목이 동네를 남북으로 끊는다. 유모차를 끌고 다닐 길이 아니라는 지적은 오래됐고, 육아 세대는 같은 도큐 연선의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와 무사시코스기(武蔵小杉)로 옮겨 갔다. 같은 노선 안에서 일어난 이사.

6.그래서 새 건물은 1층을 안쪽으로 물렸다. 물러난 만큼 처마 밑이 생기고 그 그늘이 보도가 된다. 건물 한가운데를 남북과 동서로 뚫어 사람이 통과하게 했고, 저층부 테라스마다 나무를 심어 층이 올라갈수록 초록이 물러나 보이게 짰다. 설계는 구메설계(久米設計), 시공은 가시마건설(鹿島建設). 자기 광장은 최소로 잡았다. 역 앞에 이미 광장이 있으니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들지 않고 점포로 채운다는 판단. 대신 지하 북쪽에 동네가 함께 쓰는 하역장을 넣었고, 주변 도로의 전주를 걷어 냈다. 머리 위가 트인 것은 그 공사의 결과다.

7.층마다 이름이 붙었다. 지하 1층이 매일 먹는 것, 1층이 시설의 얼굴, 2층과 3층이 쇼핑, 4층이 머무는 자리, 5층이 목적을 갖고 올라오는 자리. 그 5층에 보육과 교육을 묶은 고도모데파토(こどもでぱーと)가 들어간다. 떠난 육아 세대를 어디서 붙잡을지가 층 이름표에 적혀 있다.

8.지하 1층 앵커는 메이지야(明治屋)다. 이 동네에는 처음 들어온다고. 매장 안쪽에 와인과 주류를 따로 방처럼 떼어 두었고, 채소와 과일 매대를 입구 정면에 놓았다. 슈퍼마켓 하나로 하루치 발걸음을 만들겠다는 배치다.


9.머무는 층에는 스타벅스와 셰어라운지(SHARE LOUNGE)가 한 카운터를 나눠 쓴다. 커피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책장이 낮게 둘러선 유료 라운지가 나오고, 벽을 따라 1인 좌석이 길게 붙는다. 커피는 회전을 만들고 라운지는 체류를 판다. 한 카운터에서 나가는 상품이 둘.


10.344억 엔을 연면적으로 나누면 ㎡당 약 74만 8,000엔, 평당 약 247만 엔이 된다. 토지 매입비가 빠진 숫자. 제1종 시가지재개발이라 기존 지주와 세입자의 권리를 새 건물의 바닥으로 바꿔 주는 방식이고, 참가조합원인 휴릭(ヒューリック)과 가시마건설이 남는 바닥을 사서 그 돈을 댔다.
11.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역 중개사 조사로는 이 역에서 걸어 1분 거리 1층 노면 점포가 평당 월 7만 9,000엔쯤에 나가고, 2분만 멀어져도 5만 1,000엔으로 내려간다고. 시설 안쪽 층은 노면의 절반 아래로 잡는 것이 보통이라, 상업 3,327평에서 연 10억 엔쯤 나온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12.그 위를 주택이 받친다. 지유가오카 신축 임대 시세로 한 호에 월 25만 엔을 잡으면 170호에서 연 5억 엔대. 오피스 한 층을 더하면 건물 전체가 연 16억 엔쯤 번다. 사업비 344억 엔에 대면 4.7%이고, 도쿄 도심 상업지의 요구 수익률과 견주어 무리한 숫자는 아니다.
13.상업만 떼어 놓으면 계산이 서지 않는다. 1만 1,000㎡에서 연 10억 엔을 벌어 344억 엔을 갚으려면 34년이 걸린다. 골목 상권 재개발에서 층을 올리는 값은 상업이 아니라 주택이 갚는다. 역 앞 재개발이 거의 예외 없이 주거 복합으로 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14.대형 자본은 이미 들어와 있었다. 2023년 10월 지유가오카 2초메에 이온몰이 운영하는 JIYUGAOKA de aone가 열렸다. 새 건물 동쪽에 붙은 지유가오카 데파토(自由が丘デパート)는 1953년에 생긴 뒤로 여전히 3층짜리 미로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시대.

15.준비조합이 생긴 것이 2017년 5월이다. 도시계획 결정 2020년 10월, 조합 설립 2022년 1월, 권리변환계획 인가 2023년 2월. 그해 3월 해체를 시작해 10월에 신축에 들어갔다. 개업까지 9년 4개월.

16.9월 17일 역 앞에 문을 여는 이 건물에서 장사하는 자리는 연면적의 24%뿐이고, 나머지를 주택과 오피스가 채워 사업비를 함께 갚는다. 국내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면 1층을 깎아 길에 내주는 데서 먼저 걸린다. 건축조례상 공개공지로 인정받아야 용적률을 돌려받는데, 공개공지 위에서 물건을 놓고 파는 행위는 연 60일까지만 허용된다. 처마 밑을 장사에 쓰겠다는 계산과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계산이 같은 바닥에서 부딪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