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호텔다이닝드링크컬처스페이스카페브랜드
ArticlesTravel
본관 바깥 · 1998년에 세운 부산시립미술관. 2023년 12월부터 닫혀 있었다. ⓒBubbahotepblu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본관 바깥1998년에 세운 부산시립미술관. 2023년 12월부터 닫혀 있었다. ⓒBubbahotepblu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데일리 스페이스

전시장이 30%뿐인 미술관에 430억을 다시 넣었다 (부산·미술관 대수선)

2026.09.09

부산시립미술관 본관이 8일 뒤 다시 문을 연다. 닫아 둔 기간이 33개월, 들어간 돈이 430억 원. 그런데 이 건물에서 그림을 거는 면적은 연면적의 30%다. 돈은 나머지 70%로 갔다.

1.부산 해운대구 APEC로 58. 1998년 3월 20일에 문을 연 부산시립미술관 본관이 2023년 12월 18일에 문을 닫았고, 다시 여는 날이 2026년 9월 17일이다. 닫아 둔 기간 33개월. 총사업비 430억 원.
2.대지가 27,343㎡, 본관 연면적이 21,425.7㎡에 지하 2층 지상 3층. 이번에 840㎡를 붙여 22,265.7㎡가 된다. 1998년 본관을 그린 곳은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이고, 이번 대수선 설계는 2022년 7월 제안공모에서 뽑힌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림의 김성수가 맡았다.
계단식 정원 · 본관 주변 옥외 공간. 야외 조각 공원이 함께 있다. ⓒBubbahotepblu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계단식 정원본관 주변 옥외 공간. 야외 조각 공원이 함께 있다. ⓒBubbahotepblu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3.설비를 빼고 보면 이번 설계가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정문 방향이다. 재개관 뒤 미술관의 주 출입구는 벡스코(BEXCO) 1전시장 쪽으로 돌아간다. 건물을 들어 옮길 수는 없으니 얼굴을 돌린 것.
역 이름이 미술관 · 도시철도 2호선 시립미술관역 8번 출구. ⓒLERK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역 이름이 미술관도시철도 2호선 시립미술관역 8번 출구. ⓒLERK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4.왜 그쪽인지는 옆 건물 숫자를 보면 안다. 벡스코는 2025년에 행사를 1,172건 치르며 관람객 330만 명을 받았고, 가동률 63%로 개관 이래 가장 높은 해를 보냈다. 미술관은 그 사람들이 오가는 면을 등지고 28년을 서 있었다.
옆집 · 벡스코와 앞 광장. 미술관 정문이 이 방향으로 돌아간다. ⓒChris Yunker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옆집벡스코와 앞 광장. 미술관 정문이 이 방향으로 돌아간다. ⓒChris Yunker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5.돈이 실제로 들어간 곳은 눈에 안 보이는 쪽이다. 이 건물에는 개관 이래 전시실 항온·항습 설비가 없었고,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뒤에는 천장에서 물이 샜다. 그 누수로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전시가 파행을 겪었다. 미술관에서 가장 비싼 장비는 관람객이 한 번도 못 보는 물건.
전시장 축 · 벡스코 제1·제2전시장이 미술관과 한 블록에 붙어 있다. ⓒMichiel1972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전시장 축벡스코 제1·제2전시장이 미술관과 한 블록에 붙어 있다. ⓒMichiel1972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6.전시장 쪽 공사는 이렇게 갈렸다. 3층 전시장을 하나로 트고, 2층에 약 330㎡짜리 상설전시장을 새로 넣고, 1층에는 카페와 문화편집숍을 앉힌다. 층마다 전시장을 열린 구조로 바꾸고 벽을 움직일 수 있게 해서 전시장·공연장·창고로 돌려 쓰겠다는 것이 미술관 쪽 설명이다.
7.그런데 이 건물의 전시면적을 층별로 더해 보면 6,414.8㎡가 나온다. 지하 1층 183.3㎡, 1층 74.1㎡, 2층 3,261.6㎡, 3층 2,895.8㎡. 연면적 21,425.7㎡의 30%다.
그림을 거는 면적은 얼마나 되나 본관 연면적 21,425.7㎡를 전시와 나머지로 가른 값 전시 6,414.8㎡ · 30% 수장고·설비·사무·복도 15,010.9㎡ · 70% 2층 전시실 3,261.6㎡ 3층 전시실 2,895.8㎡ 지하 1층 183.3㎡ · 1층 74.1㎡
도표 읽는 법전시면적은 미술관이 공개한 층별 수치를 더한 값이고, 나머지는 연면적에서 뺀 값이다.
8.430억을 늘어난 연면적 22,265.7㎡로 나누면 ㎡당 193만 원, 평당 638만 원. 1998년에 이 건물을 새로 세울 때 공사비가 364억 원이었으니 ㎡당 170만 원, 평당 562만 원이다. 28년 전 새로 짓던 때보다 고치는 데 돈이 더 들었다. 물가를 보정하지 않은 명목 금액끼리 놓고 본 것이라 그대로 믿을 비교는 아니지만, 발주처가 결재한 종이에 적힌 숫자는 저 둘이다.
평당 얼마가 들었나 각 시점의 명목 공사비를 해당 연면적으로 나눈 값 1998년 본관 신축 · 364억 · 21,425.7㎡ 평당 562만 원 2026년 본관 대수선 · 430억 · 22,265.7㎡ 평당 638만 원 2015년 이우환공간 신축 · 47억 · 1,400.83㎡ 평당 1,109만 원
도표 읽는 법물가 보정을 하지 않은 명목 금액이라 연도별 구매력은 서로 다르다.
9.430억이 처음부터 430억은 아니었다. 2022년 설계공모 때 공고한 총사업비는 261억 원이고, 그 안의 공사비가 236억, 설계비가 10억이었다. 물가가 오르고 계획이 바뀌면서 4년 만에 65%가 늘었다.
발이 닿는 거리 · 동해선 벡스코역 승강장. 도시철도 2호선과 함께 이 일대에 두 개 노선이 선다. ⓒHajoon0102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발이 닿는 거리동해선 벡스코역 승강장. 도시철도 2호선과 함께 이 일대에 두 개 노선이 선다. ⓒHajoon0102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0.이 돈은 무엇으로 돌아오나. 관람료로는 안 돌아온다. 부산시립미술관은 2020년부터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그 전 본관 입장료가 5,000원이었다. 5,000원을 다시 받아 430억을 메우려면 표를 860만 장 팔아야 한다. 옆집 벡스코가 1년에 부르는 330만 명을 한 사람도 빼지 않고 미술관에 밀어 넣어도 2년 반이 걸린다.
11.그래서 공립미술관의 돈은 표가 아니라 바닥에서 나온다. 기존 카페테리아가 285.96㎡, 아트숍이 136.09㎡이고 강당은 213㎡에 160석. 이번에 1층 카페와 문화편집숍을 키우는 결정은 취향 문제가 아니라 무료 시설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면적을 넓히는 일이다.
역에서 미술관까지 · 시립미술관역 승강장. 역 이름이 미술관인데 정문은 다른 쪽을 봤다. ⓒLERK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역에서 미술관까지시립미술관역 승강장. 역 이름이 미술관인데 정문은 다른 쪽을 봤다. ⓒLERK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12.사람 쪽 장부는 이렇다. 2024년 6월 기준 정원이 34명에 현원 31명이고, 청원경찰과 공무직 등 정원 외가 32명. 여기에 재개관 특별전 기간 전시장 작품 관리를 맡을 자원봉사자를 하루 33명씩 모집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세 구간으로 끊어 채우는 자리다.
13.이 33명을 유급으로 바꾸면 얼마인가. 2026년 최저임금 10,320원으로 하루 89시간을 잡으면 92만 원, 300일이면 연 2억 7,600만 원. 근무 배분이 공개되지 않아 여기까지는 추정이지만, 무료 미술관의 운영비 구조에서 자원봉사가 어느 자리를 메우는지는 이 계산 하나로 보인다.
주변 밀도 ·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야경. 미술관은 이 밀도의 가장자리에 있다. ⓒRaja Syazwina RS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주변 밀도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야경. 미술관은 이 밀도의 가장자리에 있다. ⓒRaja Syazwina RS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14.70% 쪽에서 제일 급한 것은 수장고다. 이 미술관이 갖고 있는 미술작품이 2,984점, 미술자료가 51,588건, 도서가 17,666권. 이번 공사로 수장 시설을 늘리기는 하지만 근본 해결은 못 되고 부산시가 구상 중인 통합수장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술관 쪽 이야기다. 그림을 못 걸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못 넣어서 막히는 상태.
첫 번째 · 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 진입로. 부산 별관이 세계 두 번째다. ⓒBea Phi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첫 번째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 진입로. 부산 별관이 세계 두 번째다. ⓒBea Phi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5.본관이 닫혀 있는 33개월 동안 이 미술관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던 곳은 별관인 이우환공간이었다. 2015년 4월 10일 개관, 연면적 1,400.83㎡에 공사비 47억 원. 작가가 설계에 직접 참여했고 나오시마(直島)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지은 이우환 개인 미술관이다. 6,481평 본관이 비어 있는 3년 가까이, 관람객을 받은 곳은 424평짜리 별관 하나였다.
비엔날레는 저쪽 ·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 올해 비엔날레 전시장 세 곳 중 하나다. ⓒJiihyun0313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비엔날레는 저쪽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 올해 비엔날레 전시장 세 곳 중 하나다. ⓒJiihyun0313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6.재개관 날짜를 다시 보면 묘한 자리에 걸려 있다. 2026 부산비엔날레가 8월 29일에 열려 11월 1일까지 65일간 이어지고, 22개국 46명이 참여하는 주제가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다. 전시장은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 스페이스 원지, 옛 부산남고등학교 세 곳이고 시립미술관은 거기 없다. 회기 한복판에 문을 열지만 비엔날레 밖이다. 대신 자기 전시 넷을 건다. 「퓨처 뮤지올로지」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소장품으로 미술관 자신을 다루는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 그리고 어린이 전시 「안전기지」. 9월 19일에는 이릿 로고프(Irit Rogoff)를 기조로 세운 국제 포럼도 무료로 연다.
해운대 · 미술관이 선 자리는 이 도시의 관광 동선과 전시 산업이 겹치는 구역이다. ⓒlumoplank · CC0 · Wikimedia Commons
해운대미술관이 선 자리는 이 도시의 관광 동선과 전시 산업이 겹치는 구역이다. ⓒlumoplank · CC0 · Wikimedia Commons
17.33개월을 닫고 430억을 넣은 건물이 8일 뒤 문을 연다. 그 돈의 대부분은 그림을 거는 6,414.8㎡가 아니라 그림이 상하지 않게 하는 나머지 15,010.9㎡로 갔고, 관람료가 0원이라 그 돈을 되받을 길은 처음부터 없었다.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은 심사를 받은 뒤 총사업비가 30% 이상 늘면 다시 심사하게 한다. 이 사업은 261억에서 430억이 됐다. 물가인상분은 그 계산에서 빼 주니 실제로 재심사를 부르는 것은 계획을 바꾼 부분이다. 공립 문화시설을 고치는 일에서 설비를 늘릴수록 사업비가 뛰고, 사업비가 뛸수록 심사가 길어지고, 심사가 길어질수록 문을 닫아 두는 달수가 늘어난다. 이 업을 하는 사람이 맨 앞에 적어야 할 숫자는 공사비가 아니라 문을 못 여는 개월 수다.
데일리 스페이스 #043 · 2026.09.09
출처. 부산시립미술관 일반현황과 휴관·재개관 공지, 부산광역시 건축 설계공모 「부산시립미술관 리모델링 사업 건축설계 제안공모」 공고문, 부산일보(2023.12.11 · 2026.1.8), 한국경제(2023.12.11), KNN(2023.12), CIVICNEWS(시빅뉴스), CNB뉴스, 지역세계, 양산신문, 더쎈뉴스·파이낸셜투데이(2026.9 자원봉사자 모집), 중부뉴스통신(2026 BMA 미래미술관 국제 포럼), 아시아투데이·데일리아트(2026 부산비엔날레), 벡스코 2025년 운영 실적 보도, 고용노동부 2026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 지방재정법 제37조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평당 공사비는 각 시점의 명목 공사비를 해당 연면적으로 나눈 값이라 물가 보정이 들어 있지 않다. 자원봉사 인건비 환산은 근무 배분이 공개되지 않아 추정이며, 하루 89시간·연 300일을 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