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엑스포가 문을 닫은 지 11개월. 참가국이 직접 지은 해외관 42채 가운데 37채가 헐려 땅으로 돌아갔다. 한 채는 헐리지 않았다. 팔렸다. 6월 29일에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고, 부재는 창고에서 다음 주소를 기다린다.
1.2026년 6월 29일, 파소나 그룹(パソナグループ)이 네덜란드 파빌리온 「A New Dawn」의 양도계약에 서명했다. 상대는 이 건물을 지은 네덜란드·일본 컨소시엄 AND(A New Dawn) B.V. 옮겨 갈 자리는 효고현 아와지시(淡路市)의 유메부타이 지속가능 파크(夢舞台サステナブルパーク).
2.원 건물은 2025년 4월 13일 개막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유메시마(夢洲) 회장에 섰다. 설계는 암스테르담의 RAU Architects, 시공은 아사누마구미(淺沼組). 연면적 1,023㎡에 지상 2층, 철골에 시스템 트러스를 섞은 구조. 설계사가 발표한 총면적은 1,157㎡로, 산정 기준이 달라 두 숫자가 함께 돈다.

3.파사드는 흰 슬랫을 물결 모양으로 겹쳐 세운 것이고, 그 길이를 전부 더하면 425m가 된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교역해 온 햇수와 같은 숫자.

4.안으로 들어가면 상자 한가운데에 빛나는 구체가 걸려 있다. 관람객은 손바닥만 한 오브를 하나 받아 들고 전시를 도는데, 구체 안에서는 360도 영상이 돈다. 물을 다스려 온 나라가 재생에너지를 설명하는 자리. 거기 놓인 것이 해 뜨는 장면이다.


5.여기까지는 잘 만든 파빌리온. 이 건물이 나머지 41채와 갈린 곳은 접합부에 있다. 부재를 용접하지 않고 볼트로 물렸고, 쓴 자재를 전부 Madaster라는 플랫폼에 등록했다. 철 몇 톤이 어느 규격으로 어디에 박혀 있는지가 목록으로 남아 있다는 뜻.

6.그 목록이 값을 한 때가 지난봄. 엑스포협회가 정한 부지 반환 기한은 2026년 4월 13일이었고, 6월 12일 기준으로 참가국이 직접 지은 타입A 파빌리온 42채 가운데 37채가 해체와 반환을 마쳤다. 회장 전체로는 90%가 철거됐다.
7.사겠다는 쪽에서 보면 파빌리온은 사기 어려운 물건. 도면과 실제가 다르고, 어느 부재가 재사용 가능한지 알려면 실사를 새로 해야 하며, 그 비용이 건물값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재료 목록은 그 실사를 파는 쪽이 미리 해 둔 것과 같다.

8.사는 쪽은 왜 이걸 원했나. 파소나 그룹은 2020년에 본사 기능 일부를 아와지시마로 옮기겠다고 발표했고, 2024년 5월까지 옮겨 온 인원이 1,300명, 조리사와 시설 운영직까지 더한 섬 안 근무자가 약 2,000명이다. 사무실은 이미 있다. 없는 것은 그 2,000명이 모일 만한 건물 하나.
9.이 회사에서 섬 사업이 차지하는 무게는 결산에 나온다. 2026년 5월기 3분기 누계로 지방창생·관광 부문 매출이 596억 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4% 늘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매출이 2,294억 엔. 넷 중 하나가 여기서 나온다.

10.매각 금액도 이축 공사비도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 규모의 사무소를 새로 지으면 공사비가 ㎡당 40만 엔 안팎이니 1,023㎡면 4억 엔 남짓 든다. 이축은 자재값이 이미 치러진 대신 해체·운반·보관·재조립이 붙어 신축의 60~80%쯤 되는 것이 보통이고, 여기서는 유메시마에서 아카시해협대교를 건너 약 80km를 실어 나른다. 공개 수치가 없어 업계 단가로 잡은 어림.

11.받는 땅에도 내력이 있다. 간사이국제공항을 메우려고 표고 160m짜리 산을 파낸 자리. 거기에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28ha짜리 단지를 앉혔고, 문을 연 것이 2000년 3월이다. 채석장을 되살린 곳 위에 이번엔 헐릴 뻔한 건물이 올라간다.

12.다만 그 단지의 장부는 밝지 않다. 유메부타이를 운영하는 제3섹터는 개업 이래 누계 손실이 14억 엔에 이르렀고, 효고현은 2024년에 매각까지 포함해 운영 방식을 다시 보겠다고 했다. 건축상까지 받은 안도 다다오 건축이 현의 처분 목록에 오른 상태에서, 그 옆 부지는 민간 회사가 채운다.

13.파소나는 자기 관도 옮긴다. 엑스포에 냈던 파소나 파빌리온을 되살린 상설 뮤지엄이 부지 약 3,000㎡·건축면적 약 1,600㎡ 규모로 올가을 유메부타이에 문을 열고, 네덜란드관 건물의 이축은 2027년도 안에 하겠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계약서에는 3년 안에 재건축을 마친다는 조건이 들어갔다.

14.관람객 수로만 보면 네덜란드관은 크게 두드러진 집이 아니었다. 일반 관람객 2,557만 명 가운데 이 관에 들어간 사람이 120만 명, 21명에 한 명꼴. 반년 장사가 끝난 뒤에도 값이 남은 이유는 손님 수가 아니라 뜯는 방식에 있었다.
15.네덜란드는 이 실수를 한 번 해 봤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 MVRDV가 설계한 네덜란드관은 석 달 남짓에 280만 명을 받고 건축사에 남았지만, 폐막 뒤 쓸 곳을 정해 두지 않아 23년을 빈 채로 서 있었다. 3층에 심은 숲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동안 저 혼자 자랐고, 학생 아파트 386세대를 붙여 되살리는 공사가 시작된 것이 2023년. 두 번째 파빌리온은 폐막 반년 전에 이미 살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16.반년 쓰자고 지은 1,023㎡짜리 집. 헐리는 대신 팔려 섬으로 간다. 붙은 값은 손님 120만 명이 아니라 볼트로 물린 접합부와 자재 목록이었고, 그것이 매수자의 실사 비용을 대신 치러 줬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그 목록을 받아 줄 데가 없다. 「재활용 건축자재의 활용기준」이 다루는 것은 콘크리트용 순환골재다. 뜯어낸 철골을 다시 구조재로 쓰려면 성능을 새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 절차가 사실상 신축 설계와 맞먹는다. 그래서 국내 현장에서 해체 부재는 값이 아니라 처리비로 잡히고, 처리비로 잡히는 물건을 아껴 지을 발주처는 없다. 짓기 전에 뜯는 날을 계산해 두는 일은 착한 결정이 아니라 잔존가치를 만드는 결정인데, 그 값을 인정해 줄 제도가 먼저 있어야 계산기가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