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강소 땅을 가진 법인이 팔린 것은 2014년 12월, 그 위에 올린 단지의 준공은 올해 2월. 그 사이 가장 먼저 문을 연 건물은 새 오피스 타워가 아니었다. 1956년에 가동한 제강소에 남은 붉은 벽돌 작업장 한 동. 쇼핑몰은 올해 하반기에야 연다.
1.2026년 2월 14일, 상하이 제10제강소(上钢十厂) 자리에서 A.F.A가 준공했다. 연면적 22.35만㎡에 A급 오피스 타워와 사옥형 독립 건물, 쇼핑몰, 문화공간 ROJO를 한데 모은 단지다. 설계는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 창닝구(长宁区) 화이하이시루(淮海西路)가 쉬후이구(徐汇区)와 만나는 모퉁이, 지하철역에서 바로 올라오는 자리다.
2.쇼핑몰 5만㎡는 아직 닫혀 있다. 운영사는 하반기 개장을 안내하며 첫 입점 브랜드 명단까지 냈다. 그런데 이 단지는 준공보다 1년 반 먼저 손님을 받았다. 붉은 벽돌 작업장이 ROJO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이 2024년 7월.

3.배치도를 펴면 타워 셋이 부지 뒤편 가장자리로 물러나 있다. 큰길 쪽 절반은 잔디밭과 광장으로 비웠고, 그 한가운데에 긴 작업장이 누웠다. 거리에 붙은 모퉁이에는 흰 콘크리트 지붕 하나가 물결처럼 내려앉는다. 단지 녹지율은 22%.

4.옛 작업장은 상하이시 문물보호단위다. 강철 지붕 트러스와 철근콘크리트 기둥, 강재를 식히던 담금질 수조까지 그대로 남겼고, 손을 댄 것은 입면과 지붕에 큰 개구부를 낸 정도다. 닫혀 있던 공장에 빛과 바람을 들여 안쪽을 정원처럼 쓰겠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

5.안에 서면 강철 트러스가 머리 위에서 격자로 겹치고, 그 사이 천창으로 들어온 빛이 바닥까지 곧게 떨어진다. 벽돌 벽 앞의 콘크리트 기둥은 중간 높이에서 선반처럼 턱을 내밀고, 위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무대를 걸 높이도, 조명을 매달 트러스도 처음부터 있던 것들.


6.새로 지은 것은 거리 쪽의 곡면 콘크리트 지붕 하나뿐. 3차원으로 휜 콘크리트 판을 네 점에서 받치고 포스트텐션과 아치 작용으로 힘을 돌려, 그 아래에 기둥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단면도를 보면 판이 땅에 닿았다 솟기를 되풀이하며 카페와 크고 작은 야외 홀을 차례로 덮는다. 두꺼운 벽돌 상자 옆에 얇은 흰 판 한 장.


7.ROJO가 문을 연 뒤로 이곳을 거쳐 간 이름들이 있다. 불가리가 보석 전시를 열었고 랄프 로렌이 2025년 봄 패션쇼를 했으며, Blue Man Group은 아시아에 하나뿐인 상설 공연을 걸었다. 첫 공연은 2024년 7월, 표는 280~780위안.

8.상하이 도심에 기둥 없이 넓게 비운 실내가 몇 곳이나 될까. 호텔 연회장은 천장이 낮고, 큰 컨벤션센터는 도심 밖에 있다. 브랜드가 신제품 하나를 알리려고 며칠 빌리는 방은 크면서도 사진 한 장에 이야기가 담겨야 하는데, 반세기 넘은 공장이라면 따로 꾸밀 것도 없다. 올해 3월 4일 애플이 상하이를 처음 주 무대로 삼아 연 봄 신제품 행사도 이 단지에서 열렸다.
9.룽차오 그룹(融侨集团)이 이 땅을 가진 법인을 통째로 산 것은 2014년 12월. 값은 27.46억 위안이었다. 지금 환율로 5,000억 원이 넘는다. 제강소 주인이던 바오강(宝钢)이 그해 봄 공업용지를 상업·업무·문화 용지로 바꾸는 차액을 정부에 먼저 치른 뒤 내놓은 매물이다.
10.조건이 붙은 땅이었다. 계약상 쇼핑몰과 오피스는 전부 장기 보유해야 했고, 통째로든 쪼개서든 팔면 세금을 창닝구에 다 내야 했다. 분양으로 원금을 먼저 거두는 계산은 처음부터 빠졌고, 땅값은 임대료로 갚아야 한다. 부지 인도 기한은 2017년 9월 30일, 계약하고 3년 가까이 지난 뒤.

11.지상 1㎡가 떠안은 땅값은 약 2.2만 위안. JLL이 집계한 상하이 A급 오피스의 도심 평균 임대료와 공실률을 그대로 넣으면, 땅값만 갚는 데 12년이 걸린다. 도심 밖 평균이면 20년. 공사비와 운영비, 그동안 묶인 이자는 뺀 계산.
12.운영사가 이 순서에 붙인 말은 「콘텐츠가 먼저, 상업은 그다음」. 명품 브랜드는 ROJO를 행사 기간만 쓰고, 5만㎡ 쇼핑몰에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미니소(MINISO), 헬스장처럼 매일 드나드는 가게가 들어온다. 비싼 손님은 행사장이 받고, 임대료를 매달 낼 손님은 오피스 건물 일곱 동에서 내려온다.

13.이 땅이 예술로 사람을 부른 건 처음이 아니다. 2005년부터 옛 작업장들은 훙팡(红坊)이라는 이름으로 조각센터와 갤러리, 사무실을 들였고 상하이의 대표적인 예술 단지로 꼽혔다. 훙팡은 2017년 철거와 함께 비워졌고, 7년 뒤 같은 벽돌 건물에 전시와 공연이 다시 들어왔다.

14.부지가 팔린 2014년은 이 작업장이 상하이시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해이기도 하다. 개발사는 한가운데에 헐 수 없는 건물이 박힌 땅을 산 것이고, 용적률 2.69는 남은 땅의 가장자리에서 높이로 채웠다. 헐 수 없어 떠안은 그 건물이 10년 뒤 단지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불렀다.
15.준공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단지가 공장 한 동을 먼저 열고, 쇼핑몰은 맨 나중에 연다. 27.46억 위안짜리 땅을 팔지 않고 임대료로만 갚아야 하는 개발사가 고른 순서다. 국내 복합개발이라면 이 순서를 막는 건 금융. 준공과 함께 오피스와 상가를 분양해 PF 대출을 갚는 구조가 대부분이라, 문을 열기 전 두 해를 전시와 공연으로 이름 쌓는 데 쓰면 그 이자를 댈 곳이 없다. 팔지 않고 오래 들고 갈 리츠나 연기금이 처음부터 지분에 들어와 있어야 공장 한 동을 먼저 여는 계산이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