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동안 공원 안에 있던 미술관이 미시시피강 절벽 위로 나온다. 전시실은 한 층에 모두 펼쳤고, 표 없이 들어가는 마당과 옥상을 크게 들였다. 12월 개관을 앞둔 멤피스 미술관 이야기.
1.테네시주 멤피스 다운타운, 미시시피강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 한 블록에서 12월 6일 미술관 하나가 문을 연다. 이름은 멤피스 미술관(Memphis Art Museum). 오버턴 공원(Overton Park) 안에서 110년을 지낸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Memphis Brooks Museum of Art)이 집을 옮기며 이름까지 바꾼 것. 새 주소는 프런트 스트리트(Front Street)와 유니언 애비뉴(Union Avenue)가 만나는 강변 모퉁이.
2.설계는 Herzog & de Meuron, 현지 설계사무소는 archimania, 조경은 OLIN이 맡았다. 연면적은 약 1만 1,300㎡(3,430평)이고, 전시 공간은 옛 건물보다 50% 넓다. 자리는 시 소유 소방서와 주차 건물이 서 있던 한 블록 전체.

3.전시실은 모두 한 층에 있다. 가운데 중정을 두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고리 모양이라, 어느 방이 윗자리라 할 것도 없다. 전시실 다섯 곳은 저마다 큰 창을 내 강이나 중정을 보는 구조. 극장은 로비 위 중2층에 올렸고, 카페는 거리 쪽에 따로 입구를 냈다.

4.뼈대는 나무. 이 지역에서 난 집성재 보와 CLT 판으로 틀을 짰는데, 미국 대형 미술관 가운데 이 방식으로 지은 첫 사례 축에 든다. 멤피스는 한때 「세계 활엽수 수도(Hardwood Capital of the World)」로 불린 목재 도시였다. 공사 사진 속 전시실 천장에는 나무 보가 빗살처럼 늘어서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약 5.5m. 흰 가벽이 서기 전의 방은 미술관보다 목조 체육관에 가깝다.


5.겉은 벽돌. 설계진은 그 색을 미시시피강 둑에 드러난 진흙에서 따왔다고 설명한다. 현장 사진 속 외벽은 황토색 벽돌이 세로 결로 촘촘히 서고, 아랫단에서 유리 띠가 그 결을 끊는다. 위로 솟는 대신 한 블록을 옆으로 다 쓴 낮은 덩어리라, 강 건너에서 보면 절벽 흙이 조금 더 이어진 듯 앉아 있다.

6.표 없이 들어가는 곳이 넓다. 거리와 높이가 같은 중정은 약 930㎡로 농구 코트 두 개 크기이고, 강을 향한 창(River Window)과 전망 테라스도 무료로 연다. 무료 공간이 옛 건물보다 600% 늘었다는 게 미술관 설명.

7.옥상은 약 4,600㎡ 크기의 조각 정원이다. 둘레로 400m 산책로가 돌고, 한쪽에 행사용 파빌리온이 선다. 가운데는 중정이 뚫려 있어 풀밭 사이로 아래 마당이 내려다보인다. 지하 주차장은 150면, 유료.

8.떠날 이유는 옛 건물 안에 있었다. 오버턴 공원 건물은 처음 지은 본관에 증축동 두 개를 이어 붙인 세 덩어리였다. 1973년 증축동은 조립식 콘크리트에 현대 내진 설계가 없었고, 천장은 낮고 온습도를 맞추기 어려웠다. 소장품 약 1만 점 가운데 한 번에 걸 수 있는 건 8~10%뿐.
9.새 자리를 고른 이유는 하나, 강. 멤피스 다운타운 강변은 절벽과 도로에 막혀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 곳이 없었다. 공원 안 미술관은 차를 몰고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었지만, 새 미술관은 다운타운 한가운데라 걸어서 닿는다. 한 해 교육 인원도 2만 명에서 3만 명으로 늘려 잡았다.
10.강변을 누구 것으로 보느냐는 법정까지 갔다. 이 도시를 세운 이들의 후손이 중심인 Friends of the Riverfront가 1820년 문서가 이 일대를 공공 산책로로 남겼다며 소송을 냈고, 공사는 2023년 9월 멈췄다. 미술관은 이 건물이 시민에게 강을 열어 주는 공공 사업이라고 맞섰고, 이듬해 여름 이겨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무료 마당과 전망 테라스는 그 주장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11.공사비 1억 8천만 달러 가운데 공공 돈은 시와 주 정부를 합쳐 4,200만 달러다. 가장 큰 기부는 하이드 재단(Hyde Foundation)의 4,000만 달러이고,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 모금으로 채운다. 땅은 시가 내놓은 소방서 자리.
12.원화로 치면 약 2,520억 원, 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7,300만 원쯤 된다. 강 절벽을 새로 다지고 목조를 올린 공사라 싸지 않다. 처음 이전 계획을 밝힐 때 잡은 신축비는 1억 1천만 달러.
13.옛 미술관을 찾던 사람은 한 해 약 8만 명. 이들이 모두 성인 요금 18달러를 낸다 쳐도, 공사비를 표로 갚는 데 125년이 걸린다. 미국 미술관 살림에서 관람료가 작은 몫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계산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14.미술관은 그 작은 몫마저 내려놓았다. 올해 6월 셸비 카운티(Shelby County) 주민 90만여 명에게 입장료를 영구히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그 비용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댄다. 대신 새 건물에는 따로 입구를 낸 식당과 녹음 설비까지 갖춘 400석 넘는 극장이 들어갔다. 공개된 운영 계획은 없지만, 이 구성은 대관과 식음료, 회원 가입으로 표 바깥의 수입을 만드는 쪽을 향한다. 동네 사람은 공짜로 들이고, 돈은 머무는 시간에서 번다는 계산.

15.옛집을 두고 새 건물로 간 미술관은 처음이 아니다. 뉴욕의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는 매디슨 애비뉴의 옛 건물을 떠나 다운타운으로 옮겼고, 그 건물은 2023년 Sotheby's에 1억 달러에 팔렸다. 멤피스는 어떨까. 옛 건물이 선 오버턴 공원은 1901년 시가 사들인 땅이고, 시는 "공공에 의미 있게 쓰일 길을 찾는다"고만 밝혔다. 팔아서 새 건물 값에 보탤 수 있는 자산이 아니고, 미술관이 떠나면 세 덩어리 건물의 관리는 시가 다시 떠안는다.

16.110년 된 공원 안 미술관이 강변 소방서 자리로 나오면서 지역 주민 입장료를 영구히 없앴고, 공사비 1억 8천만 달러 가운데 공공 돈은 4,200만 달러였다. 국내에서 비영리 재단이 시유지에 미술관을 지으려 하면 공유재산법에서 먼저 걸린다. 지자체가 아닌 쪽은 공유재산 위에 영구시설물을 지을 수 없고, 짓더라도 기부채납이 보통 조건이라 건물은 준공과 함께 시 소유가 된다. 기부자를 모으는 설득은 거기서부터 다시 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