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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본 라라키아 문화센터 · 붉은 처마가 물결처럼 휘고 그 아래로 목재 살이 늘어선다. 계단 양옆에 심은 풀과 바위는 라라키아 땅의 식생을 옮긴 것. ⓒElena Caldaci
정면에서 본 라라키아 문화센터붉은 처마가 물결처럼 휘고 그 아래로 목재 살이 늘어선다. 계단 양옆에 심은 풀과 바위는 라라키아 땅의 식생을 옮긴 것. ⓒElena Caldaci
데일리 스페이스

법원에서 진 사람들이 항만 한복판에 574억을 지었다 (호주·문화시설 건축)

2026.09.21

호주 다윈 항만에 원주민 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업비 5,860만 호주달러는 광산 로열티 기금에서 나왔고, 땅은 준주 정부가 냈다. 20년 전 같은 땅을 놓고 원주민 권원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던 도시다.

1.9월 7일 호주 다윈(Darwin) 항만에 문화센터 한 채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라라키아 문화센터(Larrakia Cultural Centre), 자리는 스토크스힐(Stokes Hill) 아래 옛 수족관 터. 사업비는 5,860만 호주달러로 원화 약 574억 원.
2.건물을 갖는 쪽은 Larrakia Development Corporation이다. 라라키아(Larrakia)는 다윈 일대와 그 바다의 전통 소유자로 9개 가족, 2,600여 명. 설계는 다윈의 Rossi Architects와 앨리스스프링스(Alice Springs)의 Susan Dugdale and Associates가 함께 맡았다. 구상이 나온 해가 2002년이니 문을 여는 데 걸린 시간이 24년.
3.지붕이 새다. tawny frogmouth라는 호주 토종 새가 스토크스힐에서 날아올라 땅을 내려다보는 자세를 지붕선으로 잡았고, 외벽을 두른 목재 스크린이 그 깃털에 해당한다. 판을 같은 각도로 세우지 않고 제각각 기울여 붙여서, 정면에서 보면 깃이 들린 모양.
기울여 붙인 목재 스크린 · 판마다 각도가 달라 깃이 들린 것처럼 보인다. 아래는 모래를 깐 계단식 야외극장. ⓒLarrakia Cultural Centre
기울여 붙인 목재 스크린판마다 각도가 달라 깃이 들린 것처럼 보인다. 아래는 모래를 깐 계단식 야외극장. ⓒLarrakia Cultural Centre
4.반지하에 두 개 층을 얹었다. 한쪽 날개는 바다 쪽으로 뻗어 나가 가는 기둥 몇 개가 받치고, 그 아래로 항만이 그대로 들어온다. 붉은 금속판으로 마감한 처마는 곡면으로 휘어 내려오다 테라스 난간에서 끊긴다. 열대 몬순 기후에서 처마는 장식이 아니라 냉방비.
바다로 뻗은 날개 · 처마가 원형으로 휘어 돌출하고 그 아래가 테라스다. 오른쪽이 다윈 항만. ⓒElena Caldaci
바다로 뻗은 날개처마가 원형으로 휘어 돌출하고 그 아래가 테라스다. 오른쪽이 다윈 항만. ⓒElena Caldaci
바다에서 본 전체 입면 (렌더링) · 낮고 긴 두 덩어리를 지붕 하나가 물결처럼 잇는다. 앞은 호안과 산책로.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바다에서 본 전체 입면 (렌더링)낮고 긴 두 덩어리를 지붕 하나가 물결처럼 잇는다. 앞은 호안과 산책로.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5.바깥 마당이 건물만큼 넓다. 몬순·사바나·해안 세 갈래 식생을 나눠 심었고, 그중 한 곳은 라라키아 달력의 일곱 계절을 순서대로 늘어놓은 정원. 가운데에는 바닷물을 끌어들인 의식용 연못을 팠다. 계단식 야외극장은 바닥이 붉은 흙빛 콘크리트와 모래라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고, 건기 저녁이면 항만에서 바람이 올라온다.
테라스에서 본 마당과 항만 · 둥글게 감긴 야외극장 너머로 부두가 이어진다. 바다 쪽에는 검은 패널을 얹은 그늘막이 섰다. ⓒLarrakia Cultural Centre
테라스에서 본 마당과 항만둥글게 감긴 야외극장 너머로 부두가 이어진다. 바다 쪽에는 검은 패널을 얹은 그늘막이 섰다. ⓒLarrakia Cultural Centre
야외극장과 잔디 마당 (렌더링) · 모래 마당에 둘러앉는 구조. 오른쪽 위가 바다로 뻗은 날개 밑면이다.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야외극장과 잔디 마당 (렌더링)모래 마당에 둘러앉는 구조. 오른쪽 위가 바다로 뻗은 날개 밑면이다.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6.이 땅에 대한 라라키아의 권리는 20년 전 법정에서 부정당했다. 2006년 4월 13일 연방법원은 다윈·파머스턴(Palmerston)·리치필드(Litchfield) 일대 원주민 권원 청구를 기각한다. 존 맨스필드(John Mansfield) 판사는 20세기 여러 시기에 라라키아 사람들의 존재가 끊겼고, 전통 법과 관습이 세대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듬해 항소도, 고등법원 특별상고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그 청구에 가장 강하게 맞선 쪽이 노던준주 정부와 다윈시의회였다. 준주 정부는 반대 측 인류학자 보고서까지 냈는데, 노던준주 원주민 권원 소송에서 처음 있는 일. 20년이 지나 같은 준주 정부가 항만 노른자 땅을 내놓았다. 감정가 1,690만 호주달러, 약 166억 원어치 크라운랜드.
항만 전체 배치 모형 · 오른쪽 아래 곡면 지붕이 문화센터다. 물길을 두르고 부두와 산책로가 이어진다.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항만 전체 배치 모형오른쪽 아래 곡면 지붕이 문화센터다. 물길을 두르고 부두와 산책로가 이어진다.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8.법이 못 준 것을 건물이 가져갔다. 다윈에 와서 라라키아를 만날 자리가 여태 없었다는 게 Larrakia Development Corporation 의장 마크 모틀롭(Mark Motlop)의 설명. 상설 전시에는 돌려받은 유물 23점과 1972년 라라키아가 엘리자베스 2세에게 보낸 토지권 청원서를 그대로 옮긴 사본이 걸렸다.
로비 천장에 매단 조형물 · 물고기 덫을 닮은 엮음 작업 넷이 매달려 있다. 천장은 별을 박은 검은 면. ⓒElena Caldaci
로비 천장에 매단 조형물물고기 덫을 닮은 엮음 작업 넷이 매달려 있다. 천장은 별을 박은 검은 면. ⓒElena Caldaci
천장에 건 카누 · 바다를 옮긴 파란 천장 아래 통나무 카누가 걸린다. 벽면은 물고기·캥거루 그림과 설명 패널. ⓒElena Caldaci
천장에 건 카누바다를 옮긴 파란 천장 아래 통나무 카누가 걸린다. 벽면은 물고기·캥거루 그림과 설명 패널. ⓒElena Caldaci
9.돈은 광산에서 나왔다. 5,860만 호주달러 전액이 Aboriginals Benefit Account에서 나갔는데, 노던준주 원주민 토지에서 캔 광물 로열티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방이 적립해 두는 계정이다. 1976년 원주민토지권법이 만든 장치이고, 지금은 원주민이 직접 관리하는 기구로 운용이 넘어갔다.
10.시공은 다윈 회사 Sunbuild가 4,400만 호주달러에 맡았고 현장에 일자리 160개가 걸렸다. 원주민 고용 목표는 인력의 30%, 하도급의 15%. 앞서 2023년 철거를 맡은 NTEX는 원주민 고용 비율 53%를 기록했다.
11.수입 쪽 설계는 입장권 한 장에 기대지 않는다. 일반 입장이 성인 30호주달러인데 원로가 안내하는 가이드 투어는 65호주달러로 두 배가 조금 넘고, 어린이·할인·가족 요금은 따로 갈라 두었다. 여기에 항만이 보이는 부시푸드 식당과 원주민 작가 물건을 파는 매장, 끈 꼬기·창 만들기 같은 원로 주도 워크숍이 붙는다.
일곱 계절을 색으로 나눈 전시대 · 라라키아 말로 Gulumoerrgin 계절. 계절마다 색을 달리한 패널이 곡면 진열대를 두른다. ⓒLarrakia Cultural Centre
일곱 계절을 색으로 나눈 전시대라라키아 말로 Gulumoerrgin 계절. 계절마다 색을 달리한 패널이 곡면 진열대를 두른다. ⓒLarrakia Cultural Centre
12.규모를 가늠할 잣대가 하나 있다. 케언즈(Cairns)에서 33년을 버틴 원주민 문화공원 차푸카이(Tjapukai)다. 문을 닫을 때까지 300만 명을 받았고, 그동안 올린 수입이 4,000만 호주달러. 한 해로 나누면 방문객 9만 명 선.
13.라라키아 문화센터가 그만큼 받는다고 치자. 요금이 갈려 있으니 1인당 실수령을 25호주달러로 잡으면 한 해 입장 수입이 225만 호주달러쯤 된다. 사업비를 입장권으로만 갚으면 26년. 운영비를 한 푼도 빼지 않은 계산이라 실제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7,550만 호주달러가 어디서 왔나 단위 백만 호주달러 · 현금과 현물을 함께 놓았다 광산 로열티 기금 58.6 준주 토지 16.9 기금은 노던준주 원주민 토지의 광물 로열티를 연방이 적립해 두는 계정이다 토지는 준주 정부가 감정가대로 현물로 넣었고, 갚을 원금은 어느 쪽에도 없다 입장권으로만 갚는다면 한 해 방문객 9만 명에 1인당 25호주달러를 곱한 단순 계산 사업비 58.6 한 해 입장 수입 2.25 갚는 데 걸리는 해 26년 방문객 9만 명은 33년 영업한 차푸카이의 한 해 평균치를 빌린 값이고, 운영비는 빼지 않았다.
사업비 구성과 입장 수입갚을 원금이 없는 돈으로 지었고, 입장권 수입은 사업비 근처에 못 간다.
14.차푸카이는 2021년 1월 문을 닫았다. 매출을 국제 관광객에 걸어 둔 구조가 국경 봉쇄를 견디지 못했고, 그 전부터 방문객은 줄고 있었다. 설립자들은 12년간 소유권을 쥔 정부 기구가 재무 자립도 자산 관리도 해내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라라키아 쪽이 캐나다·알래스카·뉴질랜드 사례를 먼저 들여다본 이유가 여기 있다.
해 진 뒤의 바다 쪽 입면 (렌더링) · 목재 스크린 사이로 빛이 새고 지붕 밑면이 주황으로 뜬다. 항만에서 올려다보는 각도.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해 진 뒤의 바다 쪽 입면 (렌더링)목재 스크린 사이로 빛이 새고 지붕 밑면이 주황으로 뜬다. 항만에서 올려다보는 각도. ⓒRossi Architects + Susan Dugdale and Associates
15.그래서 이 건물의 시험대는 회수가 아니다. Aboriginals Benefit Account에서 나간 돈은 대출이 아니라 배분이라 원금을 갚을 의무가 없고, 땅도 준주 정부가 현물로 넣었다. 남는 숙제는 열대 기후에서 반지하까지 낀 두 개 층을 냉방하고 지키는 연간 운영비를 식당·매장·투어·대관으로 메우는 일. 그 살림을 받쳐 줄 다른 사업을 이 법인이 얼마나 굴리느냐가 다음 5년을 가른다.
16.법정에서 진 지 20년 만에 같은 땅의 항만 노른자에 574억 원짜리 건물이 섰고, 그 돈은 광산 로열티에서 나왔으며 땅은 당시 소송에서 맞섰던 준주 정부가 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걸리는 것은 재원의 성격이다. 특정 집단 몫으로 적립되는 자원 로열티 계정이 우리에겐 없어 지자체 보조금이나 공모 사업으로 가는데, 그 돈은 건물을 짓는 데까지만 따라오고 운영은 위탁 계약으로 넘어간다. 소유권이 지역 법인에 남지 않으면 24년을 기다릴 이유도 없어진다.
데일리 스페이스 #052 · 2026.09.21
출처. ArchitectureAu 「Indigenous cultural centre opens its doors to Darwin」·「Ancestral bird inspires Indigenous cultural centre in Darwin」, ABC News 「Darwin's $58m Larrakia Cultural Centre opens to the public after 24-year wait」(2026.9.7), Time Out Australia 「Australia's newest $58.6 million cultural landmark has finally opened in Darwin」, Australian Traveller 「Larrakia Cultural Centre」, Larrakia Cultural Centre 공식 사이트 「Development」·「About Us」, Rossi Architects 프로젝트 페이지 「Larrakia Cultural Centre」, Sunbuild 프로젝트 페이지, Territory Q 「Sunbuild flies with Larrakia project」, Ministers' Media Centre 「Larrakia Cultural Centre soars with new bird-shaped roof」(2025)·「Larrakia Cultural Centre construction set to begin」(2023), National Indigenous Times 「Darwin's $58.6 million Larrakia Cultural Centre nears completion as roof lands in place」, Risk v Northern Territory [2006] FCA 404 및 [2007] FCAFC 46, AIATSIS Native Title Newsletter(2006.3~4), ABC News 「Cairns' Tjapukai Aboriginal Cultural Park shuts for good as COVID wreaks tourism havoc」(2021.1.8).
원화 환산은 1호주달러 980원 기준. 연면적은 공개되지 않아 적지 않았다. 사업비 5,860만 호주달러는 전액 Aboriginals Benefit Account 재원이고, 준주 정부 토지 1,690만 호주달러는 현물 출자다. 시공 계약액 4,400만 호주달러와 일자리 160개는 2023년 시공사 발표 기준이다. 한 해 방문객 9만 명은 차푸카이 33년 누적 300만 명을 나눈 값을 빌려 쓴 추정이며, 1인당 25호주달러도 요금표에서 잡은 추정이다. 26년은 운영비를 빼지 않은 단순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