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시립예술대학이 교토역 동쪽으로 옮겨 온 지 2년이 됐다. 캠퍼스 옆 시유지에는 60년 임대로 8층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43년을 쓴 산자락의 옛 캠퍼스는 공모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1.교토역에서 동쪽으로 6분쯤 걸으면 선로를 따라 회색 건물 여러 동이 늘어서 있다. 2023년 10월 교토 서쪽 산자락에서 통째로 옮겨 온 교토시립예술대학(京都市立芸術大学). 미술·음악 두 학부에 시립 미술공예고등학교까지 함께 들어와, 학생과 교직원 약 1,500명이 날마다 역 앞으로 드나든다.
2.부지는 교토역 동쪽 스진(崇仁) 지역에 흩어진 세 필지를 합쳐 약 3만 4,600㎡다. 선로 옆 C지구, 가운데 B지구, 가모가와(鴨川) 쪽 A지구로 나뉘고, 그 사이를 시내 도로와 다카세가와(高瀬川)가 지난다. 연면적은 74,296㎡로 도쿄돔 바닥의 1.6배쯤.

3.설계는 사무소 다섯 곳이 공동으로 맡았다. 대표는 이누이 구미코(乾久美子)의 Inui Architects이고, RING ARCHITECTS, FUJIWALABO, o+h, 요시무라 건축사무소(吉村建築事務所)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설계는 2017년 가을부터 2년 반, 공사는 2021년 봄부터 2년 4개월.


4.뼈대는 테라스 하나. 층마다 바닥을 바깥으로 넓게 내밀고, 그 바닥을 계단과 다리로 이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땅 위에서 한 층 더 걸을 수 있게 했다. 설계진은 이 층층의 바닥을 매트릭스 플로어라 부르고, 공중에 한 겹 더 깐 땅으로 설명한다.


5.교토 마치야의 길고 좁은 흙바닥 통로 도리니와(通り庭), 집 안쪽 마당 오쿠니와(奥庭), 처마 밑 노키시타(軒下)를 캠퍼스 크기로 키웠다. 노출 콘크리트 기둥이 받친 깊은 처마 아래로 한 층 두께의 그늘이 깔리고, 건물 사이 안마당에서는 잎 떨군 큰 나무 한 그루가 계단참 높이까지 가지를 뻗는다. 비 오는 날에도 젖지 않고 이 동에서 저 동으로 건너가는 길이 여러 겹.


6.담장이 없다. 1층 길가에 갤러리 @KCUA, 소장품 약 4,300건의 예술자료관, 장서 14만 권의 도서관이 붙어 있고, A지구에는 오페라까지 올리는 800석 호리바 신키치 기념홀(堀場信吉記念ホール)이 들어갔다. 학교는 이 캠퍼스를 KYOGEI TERRACE라 부르며 동네에 연 곳이라고 안내한다.

7.예전 캠퍼스는 니시쿄구 오에 구쓰카케(西京区大枝沓掛), 교토 시내에서 버스로 한참 들어가는 산자락에 있었다. 1980년 따로 떨어져 있던 두 학부를 그곳에 모았는데, 40년이 지나자 건물은 낡고 좁아졌다. 시내에서 멀어 전시와 공연에 사람을 모으기 쉬운 자리도 아니었다.

8.졸업 전시와 정기 연주회는 예술대학 학생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자리. 산자락에서는 일부러 찾아온 사람만 보던 졸업 전시를, 이제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던 여행자가 길을 건너와 볼 수 있다. 시에게도 계산이 있었다. 역 바로 옆인데도 빈터가 많던 동쪽 땅에, 상업시설보다 사람의 발길을 먼저 들였다.
9.시의 이전 계획 문서가 잡은 개산 사업비는 대학 약 250억 엔, 고교 약 30억 엔이다. 둘을 합쳐 연면적으로 나누면 ㎡당 약 38만 엔(추정). 준공 뒤 확정 공사비는 공개 자료에서 찾지 못했다.

10.2021년 봄, 재정난에 빠진 교토시는 이 사업을 잠시 멈추는 안을 따졌다. 시가 공개한 계산으로는 3년을 쉬면 자재값이 올라 공사비가 약 18억 엔 늘고, 그동안 옛 캠퍼스를 버티게 하려면 내진·노후 보수에 70억~80억 엔이 든다. 멈추는 쪽이 더 비쌌고, 공사는 이어졌다.
11.캠퍼스 바로 옆 시유지 약 4,000㎡는 오사카가스 도시개발(大阪ガス都市開発)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60년 정기차지로 나갔다. 계약은 2025년 10월. 2025년도 지대는 한 해 2,593만 엔. 교토신용금고(京都信用金庫)와 류코쿠대학(龍谷大学)이 함께 들어간다.
12.그 땅에 지상 8층, 연면적 약 13,000㎡의 건물이 2025년 11월 착공했다. 아래부터 신용금고의 창업 지원 공간, 류코쿠대학의 분교, 학생 기숙사, 임대주택이 두 층씩 쌓이고, 개업 목표는 2028년 봄이다. 예술대학이 끌어온 사람 흐름에 기댄 건물.
13.산자락의 옛 캠퍼스 68,601㎡는 2023년 가을 공모에 나왔다. 기존 건물을 헐 비용을 빼고 잡은 기준은 매각이면 11억 9,000만 엔, 임대면 한 해 1억 1,795만 엔. 응모한 1곳이 뒤에 취하해 2024년 2월 새 주인 없이 끝났고, 그 뒤 새 사업자가 정해졌다는 발표는 찾지 못했다.
14.두 땅을 ㎡당 한 해 임대료로 바꿔 놓으면 차이가 선다. 산자락 옛 캠퍼스는 공모 기준으로 약 1,700엔, 역 옆 시유지는 실제 계약으로 약 6,500엔. 땅은 옛 캠퍼스가 17배 넓은데, 공모 기준 임대료는 역 옆 땅의 4.5배에 그친다.
15.일본 대학들은 1960~70년대 넓은 땅을 찾아 교외로 나갔고, 도시 안 대학 신증설을 묶던 공장등제한법(工場等制限法)이 2002년 폐지된 뒤 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교토시립예술대학의 이전도 같은 방향이지만 돈의 순서가 다르다. 사립대학이라면 옛 캠퍼스를 팔아 새 캠퍼스 값을 보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학은 시 예산으로 먼저 옮겼고 옛 땅은 아직 팔지 못했다. 이전 비용을 옛 땅이 메워 주지 않는 구조.
16.교토시는 산자락의 시립예술대학을 역 옆으로 옮기며 개산 약 280억 엔을 들였고, 그 옆 4,000㎡는 한 해 2,593만 엔에 60년 동안 빌려주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 교외 캠퍼스를 역세권으로 옮기려 하면 새 부지보다 옛 부지에서 먼저 막힌다. 교외 캠퍼스 땅은 보통 녹지나 학교 용도로 묶여 있어 도시계획을 바꾸지 않는 한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고, 그 땅이 팔려야 이전 비용이 맞는 사업이라면 첫 단추부터 어긋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