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펄로 교외에 21억 달러짜리 미식축구 경기장이 문을 열었다. 옛 경기장보다 좌석이 적은데, 좌석을 살 권리는 개장 전에 전부 팔렸다. 세금 지원은 역대 최대였지만 공사비가 뛴 몫은 구단주가 냈다.
1.9월 17일 목요일 밤, 뉴욕주 오처드 파크(Orchard Park)의 새 하이마크 스타디움(Highmark Stadium)에서 버펄로 빌스(Buffalo Bills)가 디트로이트 라이언스를 41대 31로 이겼다. 새 경기장에서 치른 첫 정규시즌 경기. 설계는 Populous, 시공은 Gilbane과 Turner의 공동도급. 사업비는 21억 달러(약 2조 9,400억 원)이고, 22억 달러로 잡는 집계도 있다.
2.자리는 옛 경기장 길 건너 주차장. 1973년에 문을 연 옛 경기장은 7만 1,608석, 새 경기장은 고정석 6만 108석에 입석을 더해 6만 3,000명을 받는다. 50년 만에 다시 지으며 좌석을 1만 1,500개 덜어 냈다. NFL에서 가장 작은 경기장.

3.밖에서 보면 둥근 몸통 하나. 모서리를 둥글린 곡면을 따라 세로 핀이 땅에서 지붕 밑까지 열주처럼 돌고, 그 사이를 타공 금속판이 채운다. 발밑은 버펄로 공업 도시 시절의 건물을 떠올리게 하는 철점 벽돌(iron-spot brick) 띠. 연면적은 약 14만 8,600㎡(약 4만 5,000평)이고 주차장까지 합친 부지는 약 98만㎡에 이른다. Populous는 버펄로 옛 건물들이 보여 주던 단단한 인상을 새 재료로 옮겼다고 설명한다.


4.안으로 들어가면 객석이 눕지 않고 선다. 층층이 가파르게 쌓아 북쪽 엔드존 위 상층석은 경기장 바닥에서 수직으로 약 3.7m(12피트) 높이에 걸린다. Populous의 표현으로는 NFL에서 가장 가까운 상층석. 경기장을 한 바퀴 두른 지붕은 좌석의 약 64%를 덮고, 엔드존 쪽으로 내려앉았다가 가운데로 가며 올라간다. 경기장 바닥 위만은 하늘로 열어 뒀다.


5.버펄로의 겨울 경기는 눈 속에서. 새 경기장에서는 눈이 경기장 바닥에만 쌓이고 지붕에는 남지 않는다. 지붕 속 센서가 눈을 감지하면 배관에 더운물을 돌려 닿는 눈을 녹이고, 그 열이 아래 객석으로 내려온다. 발주처와 시공사가 세계 최대라 부르는 지붕 융설 설비. 복도에는 난방이 들어가고 일부 좌석 위에는 복사 난방기가 달렸다. 관중의 어깨는 마르고 잔디는 하얗게 덮인다. 눈발 속 경기가 중계 화면에서 이 구단의 얼굴이라, 지붕은 끝내 닫지 않았다.
6.좌석은 왜 줄였을까. College of the Holy Cross의 빅터 매시슨(Victor Matheson)은 새 경기장이 문을 연 뒤 표가 싸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돈은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데서가 아니라 고급 좌석에서 나온다는 설명도 붙였다. 캔자스시티 치프스(Kansas City Chiefs)가 준비하는 새 경기장도 지금보다 좌석이 15%쯤 적을 것으로 알려졌다. 좌석이 줄면 남은 자리의 가격이 오른다.

7.버펄로는 그 가격을 받아 낼 수 있는 동네다. 팬들이 스스로를 빌스 마피아(Bills Mafia)라 부르는 곳에서 개인 좌석 라이선스(PSL), 즉 좌석권 5만 4,628장이 모두 팔렸다. 좌석권은 표가 아니다. 그 자리의 시즌권을 해마다 살 권리를 한 번 사는 것이고, 환불되지 않으며, 시즌권을 끊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진다. 가격은 750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인데도 한 장도 남지 않았다.

8.사업비가 불어난 길을 따라가면 계약서가 보인다. 2022년 3월 뉴욕주, 이리 카운티(Erie County), 구단이 합의할 때 사업비는 14억 달러였고, 주와 카운티가 합쳐 8억 5,00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NFL 시설에 들어간 세금으로는 역대 최대. 그 뒤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며 사업비는 21억 달러를 넘겼지만 공공의 몫은 그대로 멈췄다.

9.협약에는 14억 달러를 넘는 공사비를 구단주가 낸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테리·킴 페굴라(Terry and Kim Pegula) 부부가 떠안은 초과분은 5억 6,000만 달러(약 7,800억 원)가 넘는다. 계획 때 61%였던 공공 비율은 완공 때 약 40%로 내려왔다. 기록적인 세금 지원이라는 제목 뒤에서, 사업비가 뛰는 위험은 처음부터 구단 쪽에 걸려 있었다.
10.구단 쪽 12억 5,000만 달러 가운데 일부는 팬이 먼저 냈다. 좌석권 매출은 2억 5,910만 달러(약 3,600억 원). 장당 평균 약 4,700달러. 이 돈은 NFL이 구단끼리 나누는 공동 수입에 들어가지 않고 경기장 재원으로 곧장 간다. 구단 몫의 5분의 1쯤이 개장 전에 현금으로 들어왔다.
11.좌석 하나로 나누면 숫자가 더 또렷하다. 21억 달러를 6만 108석으로 나누면 한 자리에 약 3만 4,900달러(약 4,900만 원)가 들었고, 그중 약 1만 4,100달러가 세금이다. 같은 돈으로 옛 경기장만큼 좌석을 놓았다면 어땠을까. 자리당 비용이 16%쯤 낮았다(추정). 줄인 좌석만큼 한 자리가 짊어질 금액이 커졌다.
12.그 금액은 관중에게 넘어갔다. 옛 경기장에서 좌석 하나에 한 해 4,300달러를 내던 팬이 새 경기장 클럽석 가격으로 8,610달러를 안내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차는 한 번에 132달러. NFL에서 가장 비싼 주차비다. 개장 직후엔 난간과 유리 칸막이, 계단에 가려 경기장이 잘 안 보이는 자리가 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시범경기에서는 잔디가 뜯겨 정규시즌 전에 잔디를 통째로 다시 깔았다.
13.경기장 주인은 뉴욕주. 빌스는 30년 임차 계약을 맺었고 15년이 지나면 조건을 걸고 계약을 정리할 수 있다. 운영은 Legends Hospitality, 경기장 이름은 지역 보험사 Highmark Blue Cross Blue Shield의 몫. 위키백과 집계로는 주가 30년 동안 유지보수에 2억 8,000만 달러를 더 넣는다고 한다. 구단이 30년 동안 버펄로에 머무는 대가로 공공이 치르는 비용은 건설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14.1973년의 옛 경기장은 사람을 되도록 많이 앉히는 데 맞춘 경기장이었다. 등받이 없는 벤치가 경기장을 한 바퀴 둘렀고, 머리 위엔 하늘뿐. 50년 뒤 길 건너에 선 새 경기장은 거꾸로 간다. 좌석을 덜어 내고 자리마다 등받이를 달았으며, 머리 위로는 난방이 도는 지붕을 얹었다. 앞자리를 살 권리는 따로 판다. 옛 경기장은 새 경기장 공사 막바지와 함께 철거에 들어갔다.
15.50년 쓴 경기장 길 건너에 21억 달러짜리 새 경기장이 섰고 좌석은 1만 1,500개 줄었다. 팬은 개장 전에 좌석권으로 2억 5,910만 달러를 먼저 냈다. 세금 8억 5,000만 달러는 기록이었지만 금액이 정해져 있었고, 공사비가 뛴 몫은 구단주가 냈다. 국내 프로야구 새 구장의 비율은 거꾸로. 2025년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사업비 2,074억 원 가운데 구단이 486억 원(23%)을 냈고, 25년 사용수익허가를 받아 입장·광고·매장 수입을 가져간다. 이런 구장을 새로 짓는 계약에서 먼저 들여다볼 건 공사비가 넘칠 때 누가 내느냐는 한 줄이다. 버펄로에서는 그 한 줄이 61%와 40%를 갈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