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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입구역 앞 교차로의 서울연극창작센터 · 층마다 콘크리트 슬래브가 벽돌 벽 밖으로 나와 처마와 발코니가 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한성대입구역 앞 교차로의 서울연극창작센터층마다 콘크리트 슬래브가 벽돌 벽 밖으로 나와 처마와 발코니가 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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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료가 하루 80만 원인 동네 옆에 회당 25만 원짜리 극장을 지었다 (서울·공연장 건축)

2026.09.30

대학로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한성대입구역 앞에 서울시가 348억 원을 들여 연극 전용 창작센터를 지었다. 올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건물이다. 극장 두 개와 연습실, 극단 사무실을 한 건물에 쌓고, 대관료는 민간 소극장의 절반 아래로 매겼다.

1.7월 22일 발표된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서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우수상을 받았고, 시상식은 9월 서울건축문화제 기간에 열렸다. 자리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앞. 혜화역 대학로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성북동 초입이다. 문을 연 건 2025년 3월 20일, 운영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가 건립비 348억 원을 전액 댔고, 땅은 성북구가 구유지를 무상으로 내놓았다.
2.대지 2,760㎡(약 835평)에 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약 7,250㎡(약 2,190평). 여기에 150석 블랙박스 극장과 202석 프로시니엄 극장 서울씨어터 202, 연습실과 분장실, 극단 사무실 12실을 넣었다. 6층에는 공연이 끝난 의상과 소품을 모아 다음 극단에 빌려주는 리스테이지 서울(Restage Seoul)이 있다. 연극 한 편이 대본에서 무대를 거쳐 창고로 가는 길을 한 건물에 세로로 쌓았다.
보도에서 곧장 오르는 바깥 계단 · 1층 입구 옆 계단이 2층 연극인 라운지로 먼저 오른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보도에서 곧장 오르는 바깥 계단1층 입구 옆 계단이 2층 연극인 라운지로 먼저 오른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3.설계는 2017년 국제현상설계에서 당선된 운생동건축사사무소(UnSangDong Architects). 개념 이름은 천 개의 벽(Thousand Walls). 붉은 벽돌 벽을 여러 장 세워 겹치고, 벽과 벽 사이를 비워 계단과 마당을 넣었다. 땅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어 그 높이 차를 쓰면 1층부터 6층까지 거의 모든 층에 바깥에서 곧장 들어갈 수 있다. 맨 위는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옥상공원이다.
단면도 A-A' · 블랙박스 극장(7)을 땅에 반쯤 묻고, 그 위로 공유 오피스(10)와 연습실(12)을 올렸다.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브리크(BRIQUE)
단면도 A-A'블랙박스 극장(7)을 땅에 반쯤 묻고, 그 위로 공유 오피스(10)와 연습실(12)을 올렸다.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브리크(BRIQUE)
4.단면을 잘라 보면 극장이 땅에 반쯤 묻혀 있다. 블랙박스 극장은 경사 아래쪽에 앉히고, 그 위로 공유 오피스와 연습실, 공동 샤워실을 올렸다. 무대 장치와 소리가 큰 방은 아래에, 극단이 매일 드나드는 방은 위에 둔 배치. 구조는 철골철근콘크리트이고 바깥은 붉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 아연판 세 가지 재료로 끝냈다.
어긋나게 선 벽돌 벽과 슬래브 · 벽이 한 장씩 어긋나게 서고, 그 사이 빈 곳이 발코니와 창이 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어긋나게 선 벽돌 벽과 슬래브벽이 한 장씩 어긋나게 서고, 그 사이 빈 곳이 발코니와 창이 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5.벽돌은 줄눈을 따라 가로로 달리고, 그 선을 콘크리트 슬래브가 층마다 두껍게 끊는다. 슬래브가 벽보다 멀리 나와 있어 오후 해가 들면 벽 아래가 그늘로 비고, 해를 받는 벽돌 면만 붉게 남는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콘크리트 천장 아래로 하늘이 네모나게 열린다. 극장 건물은 공연이 없는 낮에는 문 닫힌 상자가 되기 쉬운데, 이 건물은 계단과 옥상을 거리에 내줘서 낮에도 사람이 오르내린다.
위층 테라스로 오르는 계단 · 콘크리트 천장 아래로 하늘이 네모나게 열린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위층 테라스로 오르는 계단콘크리트 천장 아래로 하늘이 네모나게 열린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6.대학로에는 300석 미만 소극장 141곳이 몰려 있다. 서울 전체 소극장의 45%. 2023년 보도에서는 한때 200곳 가까웠던 대학로 일대 소극장이 130곳 안팎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2020년에는 대관은 끊겼는데 월세만 나가는 몇 달이 이어졌고, 그사이 문을 닫은 극장이 나왔다. 극장을 짓는 사람보다 닫는 사람이 많은 동네에 공공이 극장 두 개를 더했다.
2층 연극인 라운지 · 희곡과 공연 자료를 꽂은 책장 사이에 앉을 자리를 뒀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2층 연극인 라운지희곡과 공연 자료를 꽂은 책장 사이에 앉을 자리를 뒀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7.대학로 소극장의 돈은 건물주에게서 시작한다. 200석 이하 소극장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500만 원 선이고, 목이 좋으면 월 1,000만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극장 주인이 내는 월세가 오르면 극단이 극장에 내는 대관료도 오른다. 그렇게 해서 하루 50만~80만 원. 대학로는 지하 임대료가 지상보다 비싼 드문 동네로도 꼽히는데, 소극장이 지하를 빌리면서 웃돈을 내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본 극장 · 붉은 좌석이 무대를 향해 층층이 선다. 천장의 조명 걸이는 그대로 드러냈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객석에서 본 극장붉은 좌석이 무대를 향해 층층이 선다. 천장의 조명 걸이는 그대로 드러냈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8.서울씨어터 202의 올해 정기대관 가격은 공연 1회 25만 원이다. 공연 2시간 전부터 끝날 때까지, 최대 4시간 기준. 무대를 세우고 연습하는 날은 하루 33만 원이고 부가세와 장비 사용료는 따로 받는다. 무대 세우는 날 사흘에 3주 동안 18회를 올리면 합계 약 549만 원. 같은 21일을 민간 소극장에서 빌리면 1,050만~1,680만 원(추정). 민간의 3분의 1에서 절반 사이.
같은 3주 공연, 대관료만 비교하면 준비 사흘 + 공연 18회(21일) 기준 · 단위 만 원 · 막대 길이는 금액에 비례 민간 소극장 하루 50만~80만 1,050 ~1,680 서울씨어터 202 공공 대관 549 준비 99 공연 450 서울씨어터 202 = 준비·연습 하루 33만 원 × 3일 + 공연 1회 25만 원 × 18회 민간 = 2023년 보도의 소극장 하루 대관료 50만~80만 원 × 21일(추정) 공공 쪽은 부가세·장비 사용료 별도. 민간 쪽은 극장마다 조건이 달라 범위로 표시했다.
3주 공연 대관료 비교공공 극장은 공연이 없는 준비일을 싸게 받아 총액이 크게 벌어진다.
9.극단 사무실도 같은 식으로 값을 매겼다. 14~25㎡짜리 방 12실을 월 16만 9,000원에서 30만 1,000원에 빌려준다. 전기·수도·가스와 무선 인터넷, 책상과 공기청정기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계약은 3개월, 6개월, 1년 세 가지. 한 단체가 장기로는 2실까지 쓸 수 있다. 사무실에서 내려가면 연습실이고, 더 내려가면 극장이다. 극단은 한 해 계획을 이 건물 안에서 짤 수 있다.
10.운영하는 쪽의 숫자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 348억 원을 연면적으로 나누면 ㎡당 약 480만 원, 평당 약 1,590만 원이고 땅값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올해 대관 공고에 나온 서울씨어터 202의 대관 가능 기간은 휴관일을 빼면 170일 남짓. 날마다 30만 원씩 채워도 한 해 5,000만 원대다. 극장 두 곳과 사무실 12실을 다 합쳐도 대관·임대 수입은 연 1억 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추정). 이 건물값을 대관료로 갚을 수 있을까. 건립비 348억 원을 연 3%로만 쳐도 해마다 10억 원.
입면도 1 · 수평 슬래브가 층마다 지나가고, 기울어진 땅을 따라 바깥 계단이 여러 층에 닿는다.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브리크(BRIQUE)
입면도 1수평 슬래브가 층마다 지나가고, 기울어진 땅을 따라 바깥 계단이 여러 층에 닿는다.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브리크(BRIQUE)
11.가격으로 거르지 않으니 심사로 거른다. 서울연극창작센터 두 극장은 연극만 받고 뮤지컬은 받지 않는다. 배점은 운영 목적에 맞는지 40점, 연극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지 30점, 계획이 구체적인지 30점. 올해 정기대관은 3월부터 9월 중순까지와 12월에 걸려 있고, 나머지 달은 재단 기획 공연 몫이다. 싼 극장의 값은 돈이 아니라 서류와 일정으로 치른다.
1층 마당과 스트리트 갤러리 · 필로티 아래를 비워 거리에서 곧장 들어오는 전시 마당으로 썼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1층 마당과 스트리트 갤러리필로티 아래를 비워 거리에서 곧장 들어오는 전시 마당으로 썼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12.계획대로 지어졌을까. 2017년 설계를 뽑을 때는 2021년 완공을 내걸었고 뒤에 2022년으로 미뤘다가, 건물은 2024년에 끝나고 문은 2025년 봄에 열었다. 계획 발표 때 극장은 250석 전용 극장과 200석 블랙박스였는데, 지어진 극장은 202석과 150석이다. 좌석은 줄었지만 극장 옆에 붙은 연습실과 사무실, 공유 창고는 그대로. 객석보다 무대 뒤를 지켰다.
13.붉은 벽돌은 대학로의 오래된 얼굴. 김수근이 설계한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샘터 사옥이 1970년대 말부터 이 거리에 붉은 벽돌을 쌓았다. 김수근의 벽돌 건물이 두껍고 닫힌 덩어리였다면 운생동은 같은 벽돌을 여러 장의 벽으로 쪼개 세웠다. 같은 재료를 쓰되 벽 사이를 비워 길을 냈다.
14.대학로 민간 소극장은 비싼 지하로 들어가 숨는다. 이 센터는 블랙박스를 땅에 묻되 계단을 옥상까지 열어 거리 쪽으로 얼굴을 냈다. 자리도 대학로 한복판이 아니라 한 정거장 바깥, 성북동으로 들어가는 길목. 월세 압력이 가장 센 혜화역 앞이 아니라 구가 가진 땅이 있던 가장자리에 공공 극장이 섰다.
해 질 녘의 교차로 · 불이 켜진 층마다 바깥 계단과 발코니가 드러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해 질 녘의 교차로불이 켜진 층마다 바깥 계단과 발코니가 드러난다. ⓒSergio Pirrone · 브리크(BRIQUE)
15.서울시가 348억 원을 대고 성북구가 땅을 내놓아, 대학로 한 정거장 바깥에 극장과 연습실과 극단 사무실을 한 건물에 쌓았다. 3주 공연 대관료는 약 549만 원으로 민간 소극장의 절반이 안 되고, 그 차이는 대관 수입이 아니라 세금이 메운다. 민간 개발에서 공공기여로 소극장을 받아도 이 가격은 나오지 않는다. 월세를 받지 않고 건립비를 회수하지 않는 운영 주체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이 센터에서 그 역할은 무상으로 나온 구유지와 문화재단 예산이 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설계가 아니라 땅과 운영비를 누가 대느냐다.
데일리 스페이스 #061 · 2026.09.30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시, 대학로 인근에 창작연극 활성화 지원시설 건립」, 서울신문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서서울미술관」(2026.7.23), 브리크(BRIQUE)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20점 선정」·「붉은 벽돌로 엮은 공공성과 예술성의 공간: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문화재단 「2026년 서울문화재단 극장 정기대관 통합 공고」, 서울연극창작센터 연극인오피스 입주 안내, 아시아경제 「서울연극창작센터 20일 개관」(2025.3), 경향신문 「대학로 공연예술 부흥 허브」(2025.3.19)·「대학로 소극장이 사라진다」(2023.12.27), 이데일리 「대학로에 창작 연극인 지원시설 조성」, 내 손안에 서울.
3주 공연 대관료는 준비 사흘과 공연 18회를 가정한 계산이며 부가세·장비 사용료는 뺐다. 민간 소극장 대관료는 2023년 보도의 하루 50만~80만 원을 21일에 곱한 추정이다. 연간 대관·임대 수입은 공고의 대관 가능 기간과 사무실 임대료로 어림한 추정이고, 연 3%는 건립비의 기회비용을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이다. 연면적은 자료마다 7,224~7,273㎡로 달라 약 7,250㎡로 적었다. 사진·도면 ⓒSergio Pirrone, ⓒ운생동건축사사무소, 브리크(BRIQUE) 게재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