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한복판, 1942년 해병대 사격장 막사가 서 있던 땅에 건물 네 동과 광장이 들어섰다. 공사비 4억 2,820만 달러 가운데 4억 320만 달러가 30년짜리 빚이다.
1.2026년 7월 14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이하 UC 샌디에이고) 캠퍼스 한가운데에 광장 하나와 건물 두 동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트라이턴 센터(Triton Center). 학생 행정 서비스동과 건강·웰니스동이 먼저 열었고, 6층 원통형 동문·방문자 센터와 500명 행사장은 이번 가을에, 미술관은 내년 3월 차례. 학교는 이 단지에 대표 주소 9500 길먼 드라이브(Gilman Drive)를 붙였다. 개교 66년 만에 캠퍼스 주소가 처음으로 건물 하나를 가리키게 됐다.
2.공사비는 4억 2,820만 달러. 1달러를 1,400원으로 치면 약 6,000억 원. 2023년 3월 캘리포니아대 이사회(UC Regents)가 승인한 자금 계획은 외부 차입 4억 320만 달러와 학교 자체 자금 2,500만 달러였다. 공사비의 94%를 빌려서 시작한 공사.
3.이 땅은 1917년부터 1964년까지 해병대 사격장 캠프 매슈스(Camp Matthews)였다. 학교가 땅을 넘겨받은 뒤에도 1942년에 지은 막사들이 학생 서비스 창구로 쓰였고, 이사회 문서는 그중 일부를 안전 문제로 이미 비웠다고 적었다. 여덟 동을 고쳐 쓰려면 수선비와 내진 보강비로 7,190만 달러가 들 판이었다. 그 목록을 한꺼번에 지운 건 철거 한 번.


4.이 공사를 밀어붙인 건 학생 수.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재학생이 47% 늘어 4만 2,000명에 가까워졌다. 2021년 11월에는 샌디에이고 도심에서 오는 블루라인 트롤리가 개통해 캠퍼스 한복판에 역이 섰다. 차를 몰고 와 주차장에서 흩어지던 학교에 역에서 걸어 들어오는 앞마당이 생길 차례였다.

5.터는 9.2에이커, 약 1만 1,300평. 4~6층 건물 네 동이 광장을 둘러싸고, 연면적은 약 33만 제곱피트(3만 800㎡)다. 설계는 LMN Architects, 시공은 McCarthy Building Companies가 설계·시공 일괄 방식으로 맡았다. 트롤리역에서 들어오는 동서 보행로 루퍼터스 워크(Rupertus Walk)를 새로 깔고, 남쪽 버스 환승장에서 광장으로 남북 길을 냈다. 대신 사라진 건 땅 위 주차면 119개.


6.재료는 콘크리트와 금속, 유리, 레인스크린 패널. 매끈한 회반죽은 아껴 발랐고, 이사회 문서는 나무를 바닥과 데크, 벤치에 쓴다고 적었다. 건물마다 1층을 안쪽으로 들이거나 아케이드를 내서 남·동·서쪽 가게 앞이 지붕 그늘에 들어간다. 위를 올려다보면 노출 콘크리트 보 아래로 나무 루버가 걸리고, 그 위로 금속 난간과 유리가 겹친다. 콘크리트와 유리 사이로 나무가 한 켜씩 끼어 있다.

7.건강·웰니스동은 응급 진료와 1차 진료, 약국, 심리 상담 센터를 한 건물에 모았다. 학교는 의사와 상담사가 한 건물에 있으면 서로 학생을 넘길 때 중간에 끊기는 일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학생 행정 서비스동에는 편입생 지원 센터가 들어왔는데, 편입생은 학부생의 3분의 1이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들를 곳은 이제 광장 한 바퀴 안.

8.광장은 졸업식과 공연, 행사를 받도록 비워 뒀다. 학교가 이 단지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어디일까. 학생 시설은 아니다. 6층 원통 유리탑인 동문·방문자 센터를 영상이 뜨는 메시 차양막으로 감쌌고, 이사회 문서는 이 탑을 등대라고 불렀다. 9월 말 학생 신문이 찍은 사진에는 그 막에 "WELCOME HOME"이 떠 있다.


9.이사회 승인안의 동별 단가를 보면 그 차이가 숫자로 나온다. 학생 행정 서비스동은 제곱피트당 1,053달러, 동문·방문자 센터는 1,788달러다. 평으로 옮기면 약 5,200만 원과 8,900만 원. 동문 센터는 실제로 쓰는 면적의 비율도 51%로 네 동 가운데 가장 낮아서, 연면적의 11%를 차지하는 건물에 공사비의 14%가 들어갔다.
10.그 돈은 기부를 부르려고 쓴 돈이다. 이사회 문서는 기부 협의가 진행 중이며 기부가 들어오는 만큼 차입을 줄이겠다고 적었다. 그 뒤 매슈·아이리스 스트라우스(Matthew and Iris Strauss) 부부가 약 2,000만 달러어치 현대미술 소장품을 내놓아 미술관에 이름이 붙었고, 500명 행사장에는 퀄컴 공동 창업자 어윈 제이컵스(Irwin Jacobs) 부부의 이름이 걸렸다. 동문 센터는 빚을 덜어 줄 사람들을 맞는 응접실.
11.주 정부도 일반 예산 3,000만 달러를 건강동에 보탰다. 남는 빚은 여전히 크다. 이사회는 건물 몫 차입 3억 8,560만 달러를 연 4.25%, 30년 조건으로 계산해 해마다 원리금 약 2,300만 달러를 잡았고, 마지막 상환은 2055년이다. 갚는 돈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일반 수입에서 나온다. 재학생 4만 2,000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1년에 약 550달러, 우리 돈 77만 원쯤.
12.주차는 장부가 따로. 175면짜리 주차동과 지역 설비에 든 1,760만 달러도 빌렸고, 연 원리금 105만 달러를 주차 수입으로 갚는다. 그런데 이사회 문서는 2026회계연도 이 주차동의 원리금 대비 수입을 0.2배로 내다봤다. 학교 규정이 요구하는 선은 1.0배. 학교 전체의 현금 보유일수도 83일로 규정에 못 미쳐, 재무 책임자가 두 항목 모두 예외로 승인했다.
13.가게는 작게 뒀다. 임대로 내놓은 상업 공간은 네 칸, 칸당 741~1,597제곱피트로 다 합쳐 약 150평이고 연면적의 1.7%다. Goop Kitchen과 라호야(La Jolla)의 버거집 Jeffs' Beach Burgers, Intermission Cafe가 들어왔고 한 칸은 아직 비어 있다. 중개사 안내서는 캠퍼스에 하루 5만 명이 머물고 교직원 한 사람이 1년에 학내에서 8,256달러를 쓴다고 적었다. 수요는 있지만 이사회 자금 계획의 상환 재원에 임대 수입은 들어 있지 않다.
14.이 캠퍼스의 학생 생활 중심은 원래 바로 북쪽 학생회관 프라이스 센터(Price Center)였다. 식당과 가게가 모인 그 건물 옆에 이번에는 상권 대신 행정을 붙였다. 중개사 안내서에 따르면 총장과 부총장 사무실도 이 단지로 들어온다. 학교 본부가 캠퍼스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는 광장 쪽으로 나앉은 모양새.
15.UC 샌디에이고는 사격장 막사 여덟 동을 걷어낸 자리에 6,000억 원짜리 단지를 지었고, 그 94%를 30년 빚으로 시작했다. 해마다 2,300만 달러를 갚는 동안 가장 비싼 바닥은 기부자를 맞는 원통 탑에 내줬다. 국내 대학이 낡은 학생 시설을 한데 모아 다시 지으려 하면, 도면을 그리기도 전에 상환 재원에서 먼저 막힌다. 2009년부터 15년 넘게 묶여 있던 등록금으로는 30년 원리금을 설명하기 어렵고, 기부가 차입을 대신 갚아 나가는 장부도 아직 드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