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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유리를 두른 정면 · 2층부터 길 쪽으로 내민 유리 덩어리 아래가 1층 로비.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물결 유리를 두른 정면2층부터 길 쪽으로 내민 유리 덩어리 아래가 1층 로비.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데일리 스페이스

1,660억 원짜리 새 극장의 무대를 옆 극장과 똑같이 맞췄다 (브리즈번·공연장 건축)

2026.10.04

브리즈번 강 남쪽 공연장 단지에 1,500석 극장이 하나 더 붙었다. 공사비는 약 1,660억 원. 물결처럼 휜 유리가 얼굴이지만, 정작 공을 들인 건 옆 2,000석 극장과 똑같이 맞춘 무대 크기다.

1.2026년 3월 7일, 브리즈번(Brisbane) 사우스뱅크(South Bank)의 퀸즐랜드 공연예술센터(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이하 QPAC)가 다섯 번째 극장을 열었다. 이름은 글래스하우스 시어터(Glasshouse Theatre), 객석은 1,500석. 설계는 브리즈번의 Blight Rayner Architecture와 오슬로의 Snøhetta가 함께 맡았다. 이 극장이 붙은 뒤 QPAC가 내건 소개 문구는 호주에서 한 지붕 아래 가장 큰 공연장 단지.
2.퀸즐랜드 주 정부가 이 극장을 발표한 건 2018년 5월. 당시 QPAC의 극장 네 곳은 가동률이 90%에 이르러 있었고, 2017년 한 해 130만 명이 공연을 보러 왔다. 퀸즐랜드 발레(Queensland Ballet)가 850석짜리 플레이하우스(Playhouse)를 벗어나 새 극장으로 옮기면 한 시즌에 두 배의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방이 모자라서 짓는 극장이었다.
교차로에서 본 모서리 · 유리 뒤로 모래색 덩어리가 계단처럼 솟는다. 객석과 무대를 담은 몸체.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교차로에서 본 모서리유리 뒤로 모래색 덩어리가 계단처럼 솟는다. 객석과 무대를 담은 몸체.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3.자리는 그레이 스트리트(Grey Street)와 멜버른 스트리트(Melbourne Street)가 만나는 모서리, 기존 단지 옆의 잔디밭 플레이하우스 그린(Playhouse Green)이다. 건물은 1층을 로비와 통로로 열어 두고, 2층부터 6m를 두 길 쪽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생긴 처마 밑이 공연 전 사람들이 모이는 앞마당이 된다.
길 쪽으로 내민 2층 · 두 길에 걸쳐 6m를 내민 아래가 처마가 됐다. 바깥 계단이 2층 로비로 올라간다. ⓒSnøhetta
길 쪽으로 내민 2층두 길에 걸쳐 6m를 내민 아래가 처마가 됐다. 바깥 계단이 2층 로비로 올라간다. ⓒSnøhetta
4.외벽은 유리 2,300㎡. 오스트리아 회사 seele가 만든 곡면 복층유리 62장이 평면 유리와 번갈아 이어지고, 곡면 한 장의 높이는 최대 7.1m에 이른다. 유리 자체가 휘어 있어서 낮에는 맞은편 가로수와 하늘이 세로로 늘어나 비치고, 해가 지면 안쪽 로비 불빛이 굴곡을 따라 번진다. 설계팀은 이 모양을 원주민 원로 릴라 왓슨(Lilla Watson)의 산문시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강물 아래 헤엄치는 물고기를 수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
휜 유리에 비친 하늘 · 곡면 유리 한 장의 높이는 최대 7.1m. 유리 아래쪽 검은 무늬는 햇빛을 줄이는 세라믹 인쇄.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휜 유리에 비친 하늘곡면 유리 한 장의 높이는 최대 7.1m. 유리 아래쪽 검은 무늬는 햇빛을 줄이는 세라믹 인쇄.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5.이 유리는 땅에서 받치지 않는다. 유리 옆 원통형 강철 핀 속에 인장봉을 넣어 지붕 테두리의 보에 매달았고, 바람은 구조용 실리콘이 받는다. 외벽에 들어간 철골만 100톤. 안으로 들어서면 바닥은 금색 카펫, 벽은 모래색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설계팀 말로는 퀸즐랜드 해변을 로비에 옮겨 놓은 것이다.
금색 카펫의 로비 · 왼쪽이 물결 유리 외벽, 오른쪽이 모래색 프리캐스트 벽.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금색 카펫의 로비왼쪽이 물결 유리 외벽, 오른쪽이 모래색 프리캐스트 벽.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6.객석에 들어서면 색이 바뀐다. 벽은 퀸즐랜드산 회색 아이언바크(ironbark) 목재로 감쌌고, 카펫은 열대우림에서 따온 짙은 초록. 1층 객석 1,000석 위에 발코니 500석을 얹었는데, 객석을 무대 쪽으로 바짝 당겨 가장 먼 자리도 무대에서 28m.
1,500석 객석 · 나무 띠를 두른 발코니가 양옆 벽을 따라 무대까지 내려간다.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1,500석 객석나무 띠를 두른 발코니가 양옆 벽을 따라 무대까지 내려간다. ⓒChristopher Frederick Jones · Dezeen 게재
7.무대는 옆 리릭 시어터(Lyric Theatre)와 같은 크기로 맞췄다. 그 위로 높이 24m의 플라이 타워가 서고, 세트와 조명을 매다는 봉 100개를 밧줄 대신 전동으로 올리고 내린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바닥 세 판이 따로 오르내려 연주자 60명과 지휘자를 받는다. 발레와 오페라, 뮤지컬을 한 무대에 번갈아 거는 극장이고, 리릭에 들어가는 세트는 여기에도 들어간다.
물결 모양 발코니 · 아이언바크 목재로 감싼 발코니 난간이 층마다 휘며 겹친다. ⓒSnøhetta
물결 모양 발코니아이언바크 목재로 감싼 발코니 난간이 층마다 휘며 겹친다. ⓒSnøhetta
8.리릭의 객석은 2,000석. 대형 뮤지컬의 호주 투어는 몇 주에서 몇 달씩 한 극장을 붙잡는데, 그만한 세트를 받을 무대가 리릭 하나뿐이던 브리즈번은 큰 작품 둘을 한꺼번에 들이기 어려웠다. 개관 시즌에는 스팅(Sting)의 뮤지컬 「The Last Ship」이 호주 단독 공연으로 들어왔고, 「The Book of Mormon」도 같은 해 일정에 올랐다. 큰 작품 두 편이 동시에 걸리는 도시로 올라선 첫해.
9.2018년 발표 때 주 정부가 꺼낸 근거도 이 자리를 가리켰다. 2016년 퀸즐랜드에서 팔린 공연 표는 250만 장으로 전국 공연 매출의 13%였는데, 퀸즐랜드 인구는 호주 전체의 5분의 1쯤 된다. 보러 올 사람은 있는데 걸 무대가 없어서 시드니와 멜버른으로 새는 매출을 붙잡겠다는 계산.
무대 옆에서 본 객석 · 객석을 부채꼴로 펴고 발코니를 무대 쪽으로 당겼다. ⓒSnøhetta
무대 옆에서 본 객석객석을 부채꼴로 펴고 발코니를 무대 쪽으로 당겼다. ⓒSnøhetta
10.공사비는 1억 8,400만 호주달러, 1호주달러를 900원으로 치면 약 1,660억 원이다. 객석 하나로 나누면 한 자리에 약 1억 1,000만 원이 들어갔다. 처음 발표된 예산 1억 5,000만 달러보다 23% 늘었고, 늘어난 3,400만 달러는 모두 주 정부 몫에 붙었다. QPAC가 낸 2,500만 달러는 처음 그대로.
예산은 23% 늘었고, 늘어난 몫은 주 정부가 졌다 단위 호주달러 · 막대 길이는 금액에 비례 2018년 발표 주 정부 1억 2,500만 1억 5,000만 QPAC 2,500만 2026년 개관 주 정부 1억 5,900만 QPAC 2,500만 · 합계 1억 8,400만 개관은 3년 넘게 밀렸다 2018.5 발표 2020 착공 2022 말 개관 예정 같은 해 홍수 2024.7 크레인 사고로 유리 파손 2025.5 사고로 공사 중지 2026.3 개관 자료 퀸즐랜드 주 정부 발표(2018), ABC(2026.2), ArchitectureAU. 원화로 1억 8,400만 호주달러는 약 1,660억 원(1호주달러 900원).
예산과 일정QPAC 몫은 그대로였고, 늘어난 공사비와 밀린 일정이 주 정부 쪽에 쌓였다.
11.공사는 2020년에 시작했다. 2022년 브리즈번 홍수 때 현장이 물에 잠겼고, 2024년 7월에는 크레인 사고로 유리 한 장이 금 갔으며, 2025년 5월에는 작업자가 정전기 충격을 받는 사고로 공사가 멈췄다. ABC는 지연으로 생긴 공사비 초과를 시공사 Lendlease가 떠안는다고 전했다. 공사비 초과는 시공사가 졌어도, 4년 늦게 걸린 공연 일정은 누구도 메워 주지 않는다.
12.정부 전망은 1년에 공연 260회, 관객 30만 명 추가. 나누면 한 회에 약 1,150명으로, 1,500석의 77%가 찬다는 가정이다. 평균 표값을 100호주달러로 잡으면 이 극장의 1년 표 매출은 3,000만 달러 안팎이 된다(추정). QPAC가 직접 들여오는 공연도 있지만 상당수는 제작사와 예술단체에 극장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표값의 대부분은 제작사 몫이고 QPAC에는 대관료와 발권 수수료, 바 매출이 남는다.
13.표를 팔아 공사비를 갚을 수 있을까. 1년 3,000만 달러가 전부 남아도 6년이 넘게 걸리는데, 실제로 QPAC에 남는 건 그 일부다. 정부 발표가 앞세운 것도 매출이 아니라 방문객 수였다. 연 130만 명이던 QPAC 방문객을 160만 명으로 늘리고, 그중 상당수가 사우스뱅크의 식당과 호텔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되는 그림. QPAC 관객의 30%는 이미 브리즈번 밖 지역에서 온다.
14.QPAC가 들어선 문화센터는 브리즈번 건축가 로빈 깁슨(Robin Gibson)이 설계해 1985년에 연, 모래색 콘크리트를 수평으로 쌓은 문화유산 등재 단지다. 공모 단계의 개념 렌더링에서 새 극장은 접힌 유리 커튼을 두르고 있었는데, 지어진 건물은 같은 유리를 물결로 휘었다. 물결 유리 안쪽에 선 극장 몸체는 깁슨의 단지처럼 모래색 콘크리트다.
공모 단계 개념 렌더링 · 처음 그림에서는 유리가 세로로 접혀 있었다. 지어진 건물은 같은 자리에 물결 유리를 둘렀다. 렌더링 ⓒSnøhetta · Blight Rayner Architecture
공모 단계 개념 렌더링처음 그림에서는 유리가 세로로 접혀 있었다. 지어진 건물은 같은 자리에 물결 유리를 둘렀다. 렌더링 ⓒSnøhetta · Blight Rayner Architecture
15.이름은 2025년 7월 공개 투표로 정했다. 42.7%가 고른 이름이 글래스하우스였고, 공사 도중 금이 가 일정을 늦춘 바로 그 유리에서 왔다. 공연장 단지에 극장을 하나 더 들였는데, 사람들이 이름으로 부른 건 무대가 아니라 길에서 보이는 외벽.
밤의 모서리 · 해가 지면 유리 안쪽 로비가 길 쪽으로 드러난다. ⓒSnøhetta
밤의 모서리해가 지면 유리 안쪽 로비가 길 쪽으로 드러난다. ⓒSnøhetta
16.QPAC는 1,660억 원을 들여 1,500석을 더했고, 무대를 옆 2,000석 극장과 같은 크기로 맞춰 대형 투어 두 편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대가로 개관은 3년 넘게 늦었고 예산은 23% 불었다. 국내 지자체 대극장이 대형 투어를 놓치는 이유도 보통 객석 수보다 무대 규격 쪽에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세트를 통째로 싣고 다니므로, 다목적 공연장으로 지으며 무대 깊이나 플라이 타워를 줄이면 객석을 아무리 늘려도 그 세트가 들어오지 못한다.
데일리 스페이스 #065 · 2026.10.04
출처.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QPAC's Much-Awaited Glasshouse Theatre to Open Its Doors」(2026), ABC News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to open Glasshouse Theatre after four-year delay」(2026.2.2), ArchitectureAU 「Glasshouse Theatre set to open in Brisbane」, Dezeen 「Glasshouse Theatre in Queensland operates "like a finely tuned musical instrument"」(2026.3.13), seele 「Wavy Glass Façade for Glasshouse Theatre (QPAC)」, US Glass Magazine 「Glasshouse Theater Blends Nature-Inspired Design with Dramatic Curved Glass」, The Weekend Edition 「QPAC's multi-million dollar Glasshouse Theatre set to deliver world-class design, technology and a stacked 2026 lineup」(2026.2.2), The Music Network 「Queensland government announces new $150m performing arts theatre」(2018), Australasian Leisure Management 「Builder announced for new Brisbane South Bank performing arts theatre」(2019), Snøhetta 「The Glasshouse Theatre」, Wikipedia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원화 환산은 1호주달러 900원으로 계산했다. 2018년 예산 1억 5,000만 달러(주 정부 1억 2,500만·QPAC 2,500만)와 가동률 90%, 2016년 표 판매·매출 비중은 2018년 주 정부 발표 기준이다. 연 260회·30만 명 증가는 2019년 시공사 선정 발표 기준이다. 회당 관객·1년 표 매출은 평균 표값을 100호주달러로 가정한 계산이며 QPAC가 공개한 수치가 아니다. 퀸즐랜드 인구 비중은 호주 통계청 추계를 어림한 것이다. 사진 ⓒChristopher Frederick Jones(Dezeen 게재), ⓒSnøhetta, 렌더링 ⓒSnøhetta · Blight Rayner Architecture.